이번 주 아시아 지역 순방에 오르기 하루 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우리가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초점을 맞추었던 지난 20년 사이, 중국이 군 전력의 극적인 현대화를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군사력 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거대한 군사위협 탓에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미국의 국방예산이 정당화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실제로 양국의 군사력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간격이 가로놓여있다. 미국은 중국의 20배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11척의 핵 항공모함을 포함한 미국 전함의 총 톤 수는 중국의 2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현재 중국이 보유한 항모는 단 두 척뿐이고 성능도 미국의 핵 항공모함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공군력도 상대가 안 된다. 국가안보 애널리스트인 세바스티엔 로브린에 따르면 워싱턴이 보유한 최신예 전투기는 2,000대 이상으로 중국이 지닌 600여대의 세 배가 넘는다. 게다가 미국은 전 세계의 전략 요충지에 800개의 해외기지를 두고 있다. 반면 중국의 해외기지는 단 세 곳에 불과하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연 2,000억 달러로 미국의 1/3 정도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은 “만약 중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면 우리는 베이징에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이 NATO가 규정한 회원국 방위분담금 최저기준인 개별 국가예산의 2%를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던 19세기 말, 전세계 인구의 1/4을 다스렸던 영국은 이른바 ‘투-파워 스탠더드’(two-power standard) 전략을 채택했다. 대영제국의 해군력을 바로 그 아래에 있는 다른 두 나라의 해군력을 합친 것보다 두 배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위전략이다. 현재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바로 그 밑에 있는 나머지 10개국의 방위비 지출액을 한데 합친 것보다 많다. 게다가 미국에 이어 국방예산 순위 10위에 드는 국가의 대다수는 우방국이다. 그뿐 아니다. 미국의 정보예산은 연 850억 달러로 러시아의 전체 국방비를 훌쩍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렇듯 어마어마한 군사비에 다른 국가들이 위협을 느낄 가능성 따위는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인도-태평양지역 사령관인 필립 S. 데이빗슨 제독은 자신의 관할지에 더 많은 방위예산을 배정해줄 것을 요청하며 중국의 군사비 증액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한 공세가 아니라면 중국의 군비확대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 해도) 베트남전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 현재 미국이 사용하는 국방예산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단 한 곳도 없을까?
어쨌건 군사비 규모는 해당 국가의 국력을 보여주는 정확한 지표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비 지출의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정교한 정치적·군사적 전략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사용한 전비는 탈레반의 1만 배에 달한다. 하지만 워싱턴은 탈레반의 기세를 꺾어 카불 정권의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만약 미국이 목표 설정과 정보취합, 이를 위한 정치적·군사적 전략을 세심하게 규정한다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아직도 열려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설사 수백만 명의 병력과 수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제 아무리 거대한 몸집이라도 두뇌를 대체하진 못한다.
국가예산의 대조적인 사용 사례를 검토해보자. 미국의 F-35 전투기 계발프로그램은 경비초과와 기술적 문제에 휘말리면서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혈세를 집어삼켰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베이징과의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야심찬 인프라구축작업을 위해 전 세계 수십 개국에 F-35 전투기 계발사업에 들어간 비용과 맞먹는 자금을 대출과 지원 등의 형태로 조달해주었다. 어느 쪽이 돈을 더 잘 쓴 걸까?
펜타곤은 다른 정부 기관과는 다른 영역에서 움직인다. 국방부는 거의 상상조차 하지 못할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사용한다. 물론 예산낭비도 천문학적 규모다. 모든 정부기관은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하지만 국방부는 수십 년 동안 대놓고 법을 어겼다.
결국 2018년에 감사를 받긴 했다. 당시 4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1,200명의 감사관들을 동원, 국방부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작가인 맷 타이비는 2019년 감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감사관들은 펜타곤에 합격판정을 내리지도, 불합격 판정을 내리지도 못했다. 감사관들은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었다. 상호소통을 가로막는 겹겹의 차단벽으로 둘러싸인 채 단지 약자로 분류된 수백 개 부서를 거느린 군사 제국에 침투해 회계 상황을 분석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국방부는 이후 두 번 더 감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합격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중동지역에서 성과없는 전쟁을 치르며 20년을 소모한 국방부는 핵보유국을 상대로 한 냉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방부가 가장 선호하는 종류의 전쟁이다. 핵 억지력으로 인해 아시아지역에서 실제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군비경쟁에서 중국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끝 모를 액수의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워싱턴을 무대로 치열한 예산확보전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런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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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