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근 발표 가운데 필자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정부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설립안이다. 사실 ‘정부효율성부’라는 이 기구의 명칭은 잘못된 것이다. DOGE는 백악관의 비정부 자문기구일 뿐 내각을 구성하는 정부부처(Department) 중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DOGE를 이끌어갈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는 모두 똑소리 날만큼 명석한 인물이고, 연방정부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상태이며, 18만쪽 분량에 달하는 정부의 각종 규정 또한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다. 따라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들 중 상당 부분을 폐기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관측통들은 머스크와 라마스와미의 목표 달성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매끄럽게 예산을 집행하는 일인데 워싱턴은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 소셜시큐리티,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실업보험과 기타 법으로 정해진 의무적인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연방예산의 60%가량이 투입된다. 트럼프는 이같은 예산의 대부분을 보호하겠노라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DOGE가 이들 다음으로 살펴보아야 할 대상은 연간 8,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방부다. 정치적인 이유로 국방부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인 ‘언터처블’로 간주된다. 그러나 정부내에서 시스템 효율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국방부다. (예를 들어 미국은 네 개의 공군을 운용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공군이 따로 있고 여기에 곁들여 육군, 해군과 해병이 각기 독자적인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저히 손댈 수 없는 또 하나의 언터처블로 꼽히는 국채 이자의 규모는 국방부 예산과 맞먹는다. 이들을 제외한 남은 예산은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기서 재향군인 베니핏, 농가보조금, 도로와 고속도로 보수비 등을 지불해야 한다. 머스크가 말하는 2조 달러의 정부 지출을 줄이려면 앞에서 말한 모든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국방비를 전액 삭감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정부 효율화 작업은 그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일지 몰라도 필자는 강력한 개혁 의지를 지지한다. 그것이 단지 정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효율성을 압박하는 동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이 나라와 그중에서도 특히 공화당이 지난 수십년간 기피해온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화당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1930대 이래로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 이념가들은 뉴딜을 폐기하고 대부분 FDR에 의해 설계된 연방정부 구조를 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FDR 이후 백악관에 입성한 첫 공화당 소속 대통령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대체로 루즈벨트의 정치적 유산을 수용했다. 이어 리처드 M. 닉슨 대통령은 환경보호청을 신설하고 전국민건강보험안을 제안하는 등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다. 이 모든 것이 작은 정부로의 회귀를 끈질기게 주장해온 보수주의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런 상황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배리 골드워터를 대신한 TV 연설에서 정부의 조직과 역할 확대에 반대하고 농업보조금과 메디케어 및 소셜시큐리티와 같은 프로그램에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면서 정치인으로써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사회주의가 미국의 공화정을 파멸시키고 자유가 없는 미래로 몰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임기 중 레이건은 소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를 폐기하려는 진지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사실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한 연방부채의 비율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크게 상승했다. 1969년 이후 처음으로 균형 예산을 이루어낸 대통령이 빌 클린턴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은 눈여겨볼만한 가치가 있다.
라마스와미와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 연방 정부의 역할 제한을 주장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의 동영상을 즐겨 올린다. (역설적으로 제한된 정부의 역할은 머스크의 재산 중 상당부분을 창출하는데 기여한 전기차와 민간우주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지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수 십년간의 공공정책은 프리드만의 비전이 미국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오늘날과 같은 형편에 처한 이유는 대중이 공화당 수준의 과세와 민주당 수준의 지출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로 말미암아 차입으로만 채울 수 있는 재정공백이 생긴 탓이다.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이에 따른 관련 비용 상승으로 미국의 부채는 더 이상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러나 연방지출 삭감은 2010년대 유럽의 긴축정책에서 보듯 거의 틀림없이 경기둔화를 초래한다.
최근 수십년간 지속된 거시경제정책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핵심 교훈은 경제에서 정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대폭 삭감할 경우 소비자 지출과 경제에 대한 일반의 신뢰감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당신의 지출이 나의 소득이 되는 셈이다.
GDP에서 연방정부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으로 분류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다. 그렇지만 연방정부는 개혁과 효율성 개선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보수주의자들은 GDP 대비 정부지출 비중이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 축적된 분노의 상당 부분은 당 지도부가 정부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집중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DOGE와 함께 지난 90년 동안 공화당이 수도 없이 제시했던 빈말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이같은 노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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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