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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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중요하다’

2021-03-2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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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 호의적인 미국인은 20%도 채 안 된다. 45%의 미국인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 결과다.

반중(反中) 정도가 아니다. 혐중(嫌中)정서로 번지고 있다고 할까. 그 정도로 미국인들은 중국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 그게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미국사회 저변의 흐름이다.

무엇이 중국에 대한 여론을 이토록 부정적으로 몰아가고 있나. COVID-19 위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공산체제의 민낯, 다시 말해 시진핑 체제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속성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맞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위구르족 자치구 신장성에서는 인종청소가 자행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대대적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리고 대만에서, 남중국해에서, 그리고 미얀마에서….

국내적으로는 대대적인 인권 탄압을, 밖에서는 완력외교에, 도발을 일삼는 중국 공산체제의 뻔뻔한 행태가 미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온 결과다.

개인의 자유를, 인권을 억누르는 독재세력의 그 같은 반인륜적 횡포에 대한 평범한 미국인들의 본능적 혐오감. 그 감정의 집단적 표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독재 권력의 도구가 돼 그 탄압의 하수인 역할을 한 중국정부 당국자들 개인,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데 86%의 미국인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이는 미국 국민들만의 정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 국민들이 공통으로 내보이고 있는 중국관이다.(70%이상이 중국에 부정적 시각)

관련해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새삼 던져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서방에 대한 소련체제의 적대감은 공산주의 도그마와 러시아의 패배주의적인 역사적 경험, 그 독성혼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7년 조지 캐넌이 익명으로 소련봉쇄 전략을 개진한 유명한 ‘Article X’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그와 유사하게 공산체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뿌리 깊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1993년의 중국군부 문서는 중국과 미국은 다른 이데올로기, 사회 시스템, 해외 정책을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 와 미-중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적시했다.


미국은 중국체제 전복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공산 중국의 변함없는 미국에 대한 의심이다.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은 권위주의 체제가 번영할 수 있는 세계질서가 구축되지 않는 한 ‘중국몽’은 이룰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어 보인다는 것이 그동안의 관측이다.

무슨 말인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이데올로기 전쟁, 가치관의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밝힌 잠정적 안보전략 지침도 그 점을 명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가치와 이익을 증진시켜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복원을 역설했다. 다른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국가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동맹중시와 함께 민주적 가치를 외교의 핵심 어젠다로 내세운 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외정책 기조가 발표되고 두 주도 못돼 열린 것이 쿼드(Quad) 정상회담이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전개된 것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일본과 한국 순방과 함께 열린 2+2 회담이다. 그 다음 바로 개최된 것이 알래스카 양국 고위급 회담이다.

이 일련의 회담에서 미국은 계산된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

하이라이트는 알래스카 회담에서의 설전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신장과 홍콩 사태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문제라는 아킬레스건을 집중공격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강조한 것이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다. 민주주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대연합. 그 파워를 과시하면서 중국이 민주적 규칙에 기반을 둔 현 국제질서를 위협할 경우 국제적 파리아(pariah)신세에 몰릴 것을 경고한 것이다.

‘그 경고는 비단 중국만을 향해 날린 것인가…’- 새삼 스치는 생각이다. 한미 2+2 회담 공동성명 내용이 동맹국 간의 회담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공허하고 뒤틀렸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한 북한비핵화, 북한 인권, 중국의 인권탄압, 쿼드 등은 공동성명에서 모두 빠졌다. 북핵 위협이 훨씬 심각해졌는데도 한미공동성명에 비핵화란 말조차 쓰지 못한 것.

더 가관인 것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주장, 그러니까 미군철수란 노림수가 숨어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동의어같이 들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고집한 것이다.

이처럼 괴이하게 끝난 한미 2+2 회담과 관련해 아시아타임스는 문재인 정부는 ‘해외정책은 없고 무역정책만 있는 정부’라는 혹평과 함께 이런 총평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앵글로스피어, 더 나가 서방세계가 제시한 가치관에 근거한 외교에서 일탈함으로서 6월 런던에서 열릴 D10 회담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다. 반(反)중 이야기만 나오면 베이징의 질책이 두려워 머리를 숙이기에 급급한 게 문 정권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북에만 집착. 그 연장선상에서 시진핑 중국에만 매달리는 문재인 표 외교. 그 모양새라니. 대한민국의 안보는 아예 포기한 것 같다. <논설위원>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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