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utopia)'는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또 존재할 수도 없는 이상적인 사회이다.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사회이다.
디스토피아는 영국의 학자이자 사회개혁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의회 연설에서 처음 쓴 단어이다. 그는 디스토피아란 단어가 ‘나쁜 장소’를 가르키는데, dys는 '나쁜'이고 topia는 '장소'를 일컫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인간이 억압당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암울한 사회다. 디스토피아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AL과 같은 기술발전이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1940년대 영국 BBC 방송인으로도 활동했던 조지 오웰은 바로 이런 사회를 예견했다. 그가 쓴 소설 ‘1984’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 사태 이후 판매량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디스토피아가 피부로 느껴져서일까?
‘빅 브라더(Big Brother)’는 그의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치하는 정체모를 지배 계급이다. 소설의 배경은 그가 집필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로부터 40년 이후인 1984년에 맞춰져 있다.
빅 브라더는 시민들을 24시간 감사하는데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장치를 이용한다. TV나 스마트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방송이 끊임없이 송출된다.
빅 브라더 정부는 조작된 통계자료를 근거로 국민의 삶이 전쟁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지속적으로 떠들어대면서 세뇌한다. 텔레스크린의 소리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텔레스크린은 CCTV처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기능도 있다.
조금이라도 정부 방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사람은 잡혀가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의심받을 만한 모든 행동이 금지되어 사적인 비밀일기를 쓰는 것도, 심지어는 우려 섞인 표정을 짓는 것도 처벌이 될 정도의 감시 통제 사회이다.
주인공 윈스틴 스미스는 빅 브라더의 통제를 의심한다. 자기가 듣고 있는 모든 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빅 브라더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빅 브라더는 대중 세뇌가 먹히지 않는 똑똑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인 뒤 실종 처리한다.
조지 오웰의 ‘1984’는 디스토피아 장르의 대표작이다. 사회의 지도층과 어용언론은 국민들이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고 세뇌하지만, 정작 대다수는 불행하게 살아가는 디스토피아 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면에 비디오 아티스트 선구자인 백남준은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디스토피아를 조롱했다. 1984년 첫날 그는 뉴욕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가졌다.
그 행사의 사회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과 유명한 1984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저는 이곳 뉴욕에서 2만2,000마일의 우주공간을 선회하는 인공위성 덕분에 뉴욕과 파리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전 세계 여러분과 동시에 즐기고 있습니다.”
1984년 1월 1일 정오, 고 백남준의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이렇게 시작됐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은 1984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작품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전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 작품은 전 세계 2,500만 명이 시청하면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오웰이 걱정했던 기계기술 발전의 함정에 인간이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 기술을 이용해 인간 문명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듯하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사람들을 대면하지 않고 혼자 집안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몰입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구가하고 있는 우리들을 보면 어쩌면 오웰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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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