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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시 무숙자 문제 새로운 접근 방식 제안

2021-03-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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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도 거주시설 전담국 및 대응팀 신설 추진

호놀룰루 시의 무숙자 정책은 길가 착석 금지법(sit-lie) 공공장소 점유 금지법(stored property)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커크 칼드웰 전임 호놀룰루 시장은 이른바 ‘연민 어린 분리(compassionate disruption)’를 내세우며, 거리의 무숙자들을 시설로 안내하는 방침을 시행해 왔다. 칼드웰 전 시장은 릭 블랭지아드 시정부가 동일한 형태의 정책을 이어가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칼드웰 시장은 무숙자 정책의 강제성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연민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샌드 아일랜드의 마울리올라 센터와 카아후이키 마을, 이윌레이의 푸나와이 레스트 스톱, 길거리 무숙자 지원 사업 등 시 정부가 무숙자 지원을 위해 마련해 온 정책을 나열한 바 있다.


시 정부의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정책으로 무숙자 재향군인 포함 총 625가구에 입주권이 배부된 것으로 전해진다.

블랭지아드 체재 아래 무숙자 정책은 시 정부 주택청(Office of Housing, 청장 안톤 크럭키)이 담당한다. 주택청은 현재 무숙자 관련 신고 접수 시 대응 부서로는 호놀룰루 경찰국이 유일한 상황이라고 전하며, 경찰 대신 지원을 나갈 수 있는 조직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덴버 시에서 운용되고 있는 STAR(Support Team Assistance Response) 제도를 기반으로 무단 침입이나 공공장소 탈의, 복지상태확인 등 비폭력 문제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도록 구급 요원과 정신 건강 전문가를 중심으로 신규 조직을 창설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TAR 시범시행 기간 약 6개월 동안 비폭력 무숙자 관련 신고는 총 748건이 접수되었지만, 덴버 경찰국까지 도움 요청이 다다른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청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우선은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 무숙자 경험자에 이르기까지 호놀룰루 시의 무숙자 상황을 잘 아는 인물들을 모으는 것부터 착수해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제대로 된 무숙자 수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선단체 HHHRC는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무숙자 수가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당장 HHHRC의 무숙자 시설만해도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수용 인원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HHHRC는 경찰국과 와이키키 주민회,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와이키키 지역에 무숙자 유입이 증가했을 가능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키키가 다른 지역보다 구걸이나 음식을 얻기에 수월하다는 점이 무숙자 운집의 주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택청은 길거리 무숙자를 돕는 여러 단체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HHHRC는 이러한 열린 소통이 무숙자 지원 전략 수립에 공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HHHRC은 보다 효율적인 무숙자 지원을 위해 경찰과 검찰이 협력 체제를 수립한 것이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차이나타운에서 HHHRC가 제안한 시범 정책이 검경의 협조 아래 시행 중이다. 이른바 LEAD(Law Enforcement Assisted Diversion)로 명명된 기획으로, 경범죄 경우 체포 대신 개별 맞춤형 사건으로 처리하는 방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운영 결과에 따라 시 전역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LEAD 기획 집계에 따르면 정책 기간 중 보고된 사건 중 대략 44%가 길가 착석 혹은 폐쇄 공원 진입 등 무숙자 관련 위반 사항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 정부의 무숙자 집결지 철거 행정(sweep)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 시민 자유연합(ACLU)하와이 지부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릭 블랭지아드 시장이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철거 행정 철폐를 시 정부가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택청은 현재 철거 행정이 보통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무숙자 집결지를 다루는 시각이 철거 행정 자체보다는 집결지의 무숙자 개개인이 포함된 지역주민들 전체의 위생관리로 옮겨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자원봉사단체 ‘후이 알로하’ 청소 작업처럼 무숙자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는 것. 주택청은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시 정부가 무숙자 개개인과의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무숙자 지원을 위해 시 정부와 협력해 온 비영리 단체 파트너스 인 케어(Partners in Care)는 무숙자 신분증 ID 발급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이 투입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택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강제 퇴거가 추후 무숙자 인구를 늘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데이빗 이게 주지사의 유예 명령(moratorium)에 의해 주거가 보장되고 있지만, 유예가 풀리면 길거리로 몰리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주택청은 영구 주택 수요 증가를 포함하여 퇴거 유예 해지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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