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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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상징된 애완견

2021-03-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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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두 마리 몸값이 50만 달러라니 … 개 팔자가 웬만한 사람 팔자보다 낫네!”

지난주 미국뉴스는 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세계적 수퍼스타 레이디 가가의 애완견들이 납치되고, 개를 산책시키던 도우미 남성이 총에 맞아 응급실로 실려 가고, 50만 달러의 현상금이 내걸리는 등 일련의 사태들이 보도되면서 한편에서는 ‘개 팔자’ 조크가 나왔다. ‘내 몸값은 얼마나 될까’ 식의 조크다.

지난달 24일 밤 강탈당한 레이디 가가의 프렌치 불독 두 마리는 이틀 후 무사히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 여성이 할리웃 거리 한 모퉁이에 매여 있는 개들을 발견, LA 한인타운의 올림픽 경찰서로 데려다주면서 사건은 일단락 났다. 범인들을 잡는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개 납치범들이 레이디 가가의 애완견이라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차를 타고 할리웃 거리를 지나던 중 한 남성이 프렌치 불독 세 마리를 산책시키는 것을 보고 그 비싼 개들에 욕심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책 도우미가 워낙 강경하게 저항하자 그에게 총을 쏜 후 개 두 마리를 탈취해 차에 싣고 달아났다. 나머지 한 마리는 도망쳤다가 무사히 산책 도우미 곁으로 돌아왔다.

로마에서 촬영 중 이 소식을 들은 레이디 가가는 그 즉시 현상금을 걸었다. 개들만 무사히 돌려준다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50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범인들은 사건이 너무 커지자 개들을 거리에 매어두고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왜 프렌치 불독을 노렸을까. 상당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400여 품종의 개가 있지만 그중에 소위 ‘명품’ 개가 있다. 개 도둑들은 몸값 비싼 이들 품종에 눈독을 들이다가 기회가 되면 훔쳐서 그대로 팔기도 하고 번식시켜 새끼들을 팔기도 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 품종은 1위가 라브라도 리트리버. 다정다감한 이 품종은 1991년 이후 불변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저먼 셰퍼드. 충직하고 훈련을 잘 받기 때문에 경찰견이나 군견으로 많이 쓰인다. 3위는 골든 리트리버. 쾌활한 이 품종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많이 이용된다. 그리고 4위가 프렌치 불독, 5위가 불독이다.

이들 5개 품종 중 프렌치 불독은 몸집이 가장 작고 잘 짖지도 않으며 야외에서 뛰어놀기보다 집안에서 놀기를 좋아하고 주인에게 착착 감기는 정겨운 성격 때문에 애완견으로 특히 안성맞춤이다. 짜리몽땅한 몸에 쭈글쭈글 납작한 못난이 얼굴도 귀여움을 더해줘서 21세기 ‘잇’ 브랜드로 꼽힌다.

그렇게 인기가 높다 보니 프렌치 불독은 종종 개 도둑들의 표적이 된다. 프렌치 불독 가격은 보통 1,500달러에서 5,000달러 정도. 그보다 비싼 것들도 있어서 레이디 가가의 불독은 마리 당 1만 달러라고 한다.

이렇게 귀하신 몸들이다 보니 패션도 명품. 버사체, 몽클레, 랄프 로렌 등 유명 브랜드들이 개 옷들을 만들고, 수백 달러씩 하는 개 스웨터가 나오기 무섭게 팔린다. 애완견을 위해서라면 주인들이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나은 팔자’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난 1년 팬데믹 중 애완견 가격은 특히 뛰어 올랐다. 모두가 집에만 있다 보니 애완견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외출이 된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 수만 달러짜리 명품 핸드백을 보란 듯이 들고 다니던 소위 1%들이 지금은 애완견으로 부를 과시하는 추세다. 할리웃 스타들이 수천달러짜리 애완견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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