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어디 안 가요”

2021-03-04 (목)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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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새들이 다시 요란해졌다. 구애의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새들이 한껏 목청을 높여 노래하던 지난해 이 무렵, 세계 보건기구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코비드-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된 것이다. 그후 1년이 지났다.

코로나는 캘리포니아 보다 한국을 조금 먼저 덮쳤다. 작년 이 맘때 한국은 신천지 발 집단 감염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웠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한 항공사 승무원이 LA를 다녀가기도 했다. 미국 방송사 카메라들이 한인타운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신천지와 승무원에 대해 묻고, 한인들의 반응을 살폈다. 정작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던 때였다.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해 3월11일은 코로나가 이미 114개 국을 덮쳐 최소 12만명이상의 확진자가 나왔을 때였다. 범지구 비상사태 선포가 늦었다는 뒷말이 나왔다. 3월19일에는 캘리포니아의 자가대피령이 뒤따랐다. 필수활동 외에는 집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이었다.


그후 1년. 마이애미 인구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숨졌다. 미국이 왜 그런가. 이 이야기는 새삼스럽다. 대통령은 방역보다 경제를 택했다. 경제는 재선 전략의 핵심이었다. 걸핏하면 내놓던 숫자가 다우존스 지수였다. 각종 경제 지표상의 숫자가 사망자 숫자보다 더 직접 와 닿았다. “부활절 무렵이면 상황 끝-“. 대통령은 공언했다. 죽지 않을 수 있었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정략에 희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냐, 방역이냐는 지금도 선택의 문제다. 문을 닫으면 경제는 확실히 망한다. 문을 열면 확산 우려가 커질 것 또한 분명하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우선 순위의 문제로 보인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LA와 캘리포니아에서도-. 자칫 한 쪽은 망할 수 있다. 공생의 적정 포인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인류가 미생물의 세계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8일 WHO는 지난해의 마지막 뉴스 브리핑을 가졌다. “이번 팬데믹은 아주 심각하지만 ‘빅원’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가 이 자리에서 나왔다. 이번 것은 모닝 콜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고를 마음에 담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한 이 마당에.

하늘의 별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이 바이러스다. 척추동물의 바이러스만 100만종, 바다에는 10의 31제곱이 넘는 바이러스가 있을 것으로 미생물 학계에서는 추산한다. 이 정도면 숫자가 의미가 없다. 이 많은 바이러스 중에서 언제, 어느 놈이 사고를 칠 지 알 수 없다. 최근 기억되는 전염병 중에서 중증호흡기 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 증후군(MERS)은 바이러스 가운데 코로나 패밀리의 짓이었다. 조류독감과 돼지독감 등은 인플루엔자 패밀리가 범인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가 인간에게 처음 확인된 것은 6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유전인자의 80%가 사스를 일으킨 것과 같다고 해서 SARS-CoV-2로 명명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활약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1890년대에 한 바탕 분탕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말에 유행한 ‘러시안 플루’는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 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가운데 이미 4종류는 일반 감기 정도로 약화돼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감염되면 코를 훌쩍거리게 할 정도 외에는 큰 힘이 없다고 한다. 인체에 면역이 생기면서 고통 없는 동거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러스의 미래도 결국에는 이렇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변이가 생기는 것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다. 바이러스도 변해야 살 수 있다. 인체에 형성되는 면역 때문에 증식이 억제되면 숙주인 세포에 더 효과적으로 달라붙기 위해 바이러스는 변이를 꾀한다. 전염력이 더 높고, 전투력이 더 강화된 변이가 아니라면 바이러스로서는 실패다.

바이러스와의 전투는 변이의 정도와 항체의 생성 여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지금은 백신과 변이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변이의 정도가 현재 나온 백신을 벗어날 정도가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현대 의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화이저는 변이에 대비해 3차 접종이 필요한지 검토에 들어갔다. 백신이 개발된 이상 변이에 대비해 새 백신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전령 RNA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한 화이저나 모더나의 경우, 새 백신을 개발하는데 6주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코로나가 창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 보다는 관리를 받으며 인간과 큰 마찰 없는 동거를 계속해 나갈 공산이 더 크다는 것이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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