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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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문명 충돌의 시대를 살아가며

2021-02-26 (금) 신응남/변호사·서울대 미주동창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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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약 칠만년 전 쯤에 일어난 인지혁명을 역사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인지혁명이란 인간 호모사피엔스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으며,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지식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 소통을 통한 대규모 협력의 사회가 시작된 것이다.

서로 만난 적이 없던 두 사람이 함께 공동의 믿음을 형성하고, 동참함으로 역사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그 소통이 공동의 관심사로 부터 유발하는 행동패턴에 따른 서로 다른 문화가 되는 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사피엔스의 역사는 문명을 일으키고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세기에 들어서 민족이나 국가단위가 아닌 문명단위로 연구하는 역사가 중, 아놀드 J. 토인비가 있다. 토인비는 현존하는 문명의 표본을 서유럽, 러시아정교, 이슬람, 힌두, 동아시아 불교, 및 아프리카 사회 등등의 큰 문명으로 분리했다.


그는 문명의 흥망성쇠는 하나의 요인 만으로 해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문명의 발생과 생성 및 멸망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 안, 밖에서 생기는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는 이론을 성립했다.

그는 BC 3,000년 경에 생긴 일류 최초의 이집트와 수메르 문명이, 지역내 기후 변화에 대한 성공적 응전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문명은 외부 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인 응전의 산물이며 탄생한 후에도 계속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문명은 응전에 성공하면 발전하고 실패하면 쇠퇴하는데, 실패한 응전이 계속될 경우는 해체 된다.

그 실패의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워 보면, 첫째는 일시적인 응전에 성공함으로써 권력을 차지하고 숭배의 대상이 된 창조적 소수자가, 후속 도전 성격이 지난번과 다른 데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다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는 일시적인 제도로 성공한 집단은 그 성공을 가져온 체재, 제도에 집착 하다가 응전에 실패한다고 했다. 셋째는 일시적인 기술에 의존하다 그 성공을 가져다 준 생산기술과 군사기술에 매달리다 실패한다.

세계 2차 대전은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냉전 세계 체제를 나았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문명과의 충돌이 아니고 서구문명 자체의 산물이다.

한편 문명간의 충돌을 다른 관점의 연구로 다룬 사람은 미국 정치학자 ‘새뮤엘 헌팅턴’이다. 그는 1996년, “문명의 충돌”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의 국제질서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세상에 던졌다.

헌팅턴은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규모가 큰 분쟁과 전쟁은 주요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종교는 문명을 규정하는 주된 특성이므로 단층선 전쟁은 예외 없이 상이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며, 단층선 전쟁은 문명적 친족집단들을 끌어들여 국제화, 세계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문명의 충돌을 막으려면, 후렌시스 후쿠야마 교수의 ‘역사의 종말’에서 주장하는, 인류 사회가 이미 최후의 가능한 체제를(자유민주주의) 이루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단층선 분쟁이 전쟁으로 번지지 않게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는 상대적이지만 윤리는 절대적이다. 문화는 제도와 행동 양식을 규정해 특정한 사회 안에서 그 구성원의 가치관에 따라 사회가 운영되도록 만든다.
인류의 염원인, 평화와 문명의 미래는 세계의 주요 문명들을 이끄는 정치인, 종교인 지식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데 달려있다.

신학자 한스 킹(Hans King) 은 “ 종교 간의 대화 없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의 평화없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상대적인 문명속에도 모든 문명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도덕성향과, 최소한의 윤리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것에 의지해 인류 전체를 결속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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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남/변호사·서울대 미주동창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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