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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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와 AP 교재 속의 한국역사

2021-02-25 (목)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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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미국의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SAT와 AP 교재에 대한민국의 역사관련 내용은 경악스럽다. 배런스사에서 출판한 교재에는 대한민국은 당나라 때부터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하며, 더 프린스턴 리뷰사가 발행한 교재에도 한국은 당나라 때부터 속국이었고, 중국으로 부터 독립된 것은 강화도 조약이 성립된 1876년이라고 한다.
1910년에 일본에 합방되고 1945년에 해방되었으니,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역사는 합방 전 34년, 해방 후 76년으로 100여년의 역사민족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것이 미국대학에 입학하려는 전세계의 청소년들이 배우고 있는 한국의 역사이다.

트럼프 앞에서 시진핑이 언급한 한국은 남한을 포함 중국의 오랜 속국이었다는 것은 물론, 중국은 중화문명 홍보공정을 통하여, 고구려도 중국의 일부 변방국가이고 아리랑도 중국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며, 중국의 바이두 백과에는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윤봉길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조선족으로 표기하여 마치 자기네들의 인민처럼 보이도록 하는 가하면, 윤동주시인은 국적도 중국인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조선족이 중국 국적을 취득한 시기가 1954년인 반면 윤동주 시인의 타계 연도가 1945년임을 확인할 때에, 분통터지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역사학계에서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우리가 우리의 바른 역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 일제가 조선사편수회를 일황의 명으로 발족하고, 그들의 통치에 적합한 조선사를 왜곡해 작성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역사가 해방 후 대한민국의 역사서로 이어지고, 그러한 사관으로 강단을 장악한 학자들은 바른 역사가 있더라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자신들의 학설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심산이 문제. 민족사학자들이 한사군 낙랑의 위치가 현재 평양이 아니라, 요동에 있었음을 중국의 고서를 인용하여 제시하고 수정을 요구해도, 요지부동. 일제가 깔아놓은 길에 중국이 보란 듯이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를 부정하면 자신들의 학설을 바꾸어야하니,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하여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방 후, 무질서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잘살아 보자고자, 성장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노력했고, 다행히 지독한 궁핍에서 벗어나고, 북한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였다. 한편 성장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았다.

도시 소외 계층의 등장, 양극화, 재분배의 문제, 독재적 정치의 피해자들… 제3, 4공화국 때, 민족의 단합과 철학의 정립을 위해 새마을 운동과 국민교육헌장을 생활화 하였지만,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획일적인 강요라고 하여 폐기하였다. 그러나 폐기에 대응할 바른 역사와 얼에 대한 교육방침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그 틈에 진영논리와 전교조의 이데올로기적 좌파논리가 확산되어, 국사의 본질보다는 현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에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접목되어 촛불이 되고 적폐청산이 되었는데, 국사의 재정립보다는 진영논리에 집착함으로 바른 역사의 물줄기를 찾지 못하였고, 이런 상황에서 강단사학은 실질적인 위협을 받지 않고 아직 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 한인들이 철저한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면, 고국의 현실이니 역사니 하는 것이 나와는 무관한 것이겠지만, 멜팅팟이 아닌 샐러드볼의 문화의 특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 땅에서, 나의 후손들을 생각할 때, 한민족의 얼이 무엇인가는 반드시 밝혀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현실적으로 잘 사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뿌리를 심어주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을 것.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민 1세대들이다. 고국에서 제대로 된 국정교과서를 준비해 주기 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요구에 의하여 그러한 일들이 앞당겨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인데,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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