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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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멘탈을 바꾸면 스키가 보인다

2021-02-24 (수)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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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원정은 모든 스키어의 꿈이다. 몇해전, 미 서부 로키산맥으로 그룹 스키 원정을 다녀왔다. 대부분 초·중급 레벨의 검증되지 않은 스키어들이라 걱정반 기대반으로 인솔을 맡았다. 경탄을 자아내는 초대형급 스키장이 즐비한 곳에 도착한 스키어들은 어린아이들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도착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스킹이 시작되었다. 그곳은 여차하면 스키를 벗고 부츠만으로 걸어 내려갈 수 있는 근교 스키장과는 스케일 자체가 달랐다. 대부분의 트레일이 길고, 넓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매일 장시간 활주를 하다보니 이런저런 돌발상황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허벅지 경련으로 도중에 주저앉아 휴식이 필요했던 일, 눈보라로 인한 ‘화이트아웃’(whiteout)으로 방향과 원근감을 상실하면서 온 몸이 경직되어 스키 패트롤의 도움으로 하산한 일, 같이 주행하던 동료들에게 지속적으로 속도 조절(감속) 주의를 받은 일, 가파른 경사의 슬로프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이미 하산한 동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일 등 우여곡절 끝에 원정은 마무리 되었다.


스키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스키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발로 스키를 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땐, 수상 스키처럼 두 발에 같은 체중을 주면서 타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눈 위의 스키는 한 발에 체중을 주면서 타야 한다.

계단을 오를 때처럼 한 발씩 교대로(Foot to Foot) 체중(무게중심)이동을 하게되는 것과 유사하며, 따라서 무게가 실리지 않는 발과 다리의 근육은 쉴 수 있게 된다. 스키 강습시 배우게 되는 대부분의 훈련이 바로 한 발 스키를 타기위한 준비 과정인 셈이다.

또한 대부분 두 발 스키어들의 체중은 스키 뒷쪽(후경자세)으로 실리게 되어 경사에서 가속이 쉽게 붙는다. 결국, 두 발 스키어는 한 발 스키어보다 더 자주 쉬어야 하며 속도조절 문제로 충돌위험이 높아지므로 동료 및 다른 스키어들이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기 쉽다.

요가와 비슷하게 골반이나 허리를 비트는 등의 특정 스키 훈련은 매스터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서 보행기로 걸음마를 시작해 한발씩 교대로 걷게 된 것은 연습을 통해 습득한 결과로 스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음 초급과정은 두 발에 체중을 동일하게 주며 타기 시작하지만, 점점 한 발로도 능숙하게 탈수 있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훈련과정을 성실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수행, 습득한다면, 초대형급 스키장은 물론 어떠한 스키장에 가더라도 자신감있게 스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키의 핵심은 한 발이다.

<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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