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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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가족일수록 깍듯하게…

2021-02-24 (수)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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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귀하게 여기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내 집 강아지도 주인이 귀하게 여겨야 동네에서도 귀하게 여김을 받는다.

아프리카에서는 신부의 몸값으로 소 한 마리를 지불한다고 한다. 예쁜 신부에게는 소 2마리 값을… 그런데 소 9마리를 지불한 신부가 있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의 상상은 하늘 보다 높았다. 도대체 얼마나 미인이길래 9마리 소를 지불했을까? 그러나 신부를 데리러 간 친구들은 신부를 보는 순간 졸도하는 줄 알았다.

1마리만큼도 되지 않을 볼품이 없는 신부에게 9마리가 가당치도 않았다. 그런데 시집 온 신부는 그날로부터 단 한 번도 동네 사람들에게 얼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 동네 사람들이었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러는 사이에 10년이 지났다. 어느 날 신부의 모습을 보는 잔치가 벌어졌다.


동네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단정하고 교양있는 신부를 처음 보았다. 소 9마리를 주고 신부를 취한 신랑은 자기 아내를 왕비를 대하듯 했다. 무학자요 외모도 교양도 없던 신부도 소 9마리 이상의 가치 있고 고귀한 신부가 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신부 중의 신부가 만들어 졌다고 한다.

요즘 코비드 상황에서 재택 근무가 대세라고 한다. 남편도, 자녀들도, 맞벌이하던 아내도 모두 24시간 가정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머물며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헤어졌다가 저녁에 만나는 반가움도 없어졌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녀들도 무거운 스트레스에 눌려 지내고들 있다.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못해서 계속 짜증 지수와 신경질이 늘어만 가고 있다. 가까울수록 예의를 갖춰야 한다. 사랑할수록 귀하게 여겨야 한다. 가깝다는 것은 무례하다는 말이 아니다. 친한 것과 무례한 것은 다른 것이다.

코비드 상황에서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들이 더 크게 들린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성경은 일찍이 가까운 가족들이 지킬 기본적인 예의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쳤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몸을 내어 주신 주님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다. 아내들아, 자기 남편 들을 주님 섬기듯 복종하라고 하셨고, 자녀들은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을 노엽게 하지 않도록 하셨다.

피차에 가족이라도 예의와 범절을 깍듯이 지킬 때에 그 가정은 작은 천국을 이룰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주택 공간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가정의 행복은 오로지 사랑과 존경 지수에 비례한다.

가게에서는 손님들에게 천사처럼 싹싹하고 친절하던 아내가 남편 얼굴이 나타나자마자 즉시로 죽을 상에 시커멓게 변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참 동안 몸둘 바를 몰라 했던 적이 있었다. 달러 몇 푼 들고 오는 낯선 손님들보다 자신의 분신인 가족들을 더욱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

주급을 챙겨주는 직장 상사의 눈치도 잘 살펴야 하겠지만 한 몸인 가족들의 눈치도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 이 예절 훈련들이 마스터 되면 코비드 기간도 끝이 날 것이다. 주어진 특별 수업과 훈련에 좋은 성적들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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