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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싹

2021-02-23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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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간 미국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1월 초 하루 30만 명에 달하던 확진자 수는 최근 5만 명대로, 5,000명이 넘던 사망자 수는 2,0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원인의 하나로 강화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들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모든 연방 건물과 관할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다 코로나에 걸린 트럼프와는 달리 바이든은 틈나는 때마다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에 따라 마스크 쓰는 미국인도 늘어났다.

또 하나는 백신 보급의 증가다. 트럼프 때 하루 100만 명에도 못 미치던 백신 접종은 바이든 이후 목표가 150만 명으로 상향 조정된 후 최근에는 200만 명까지 늘어났으며 평균 170만을 유지하고 있다.


세번째로는 워낙 많은 미국인들이 이미 코로나에 감염돼 집단 면역이 일부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자는 2,800만이지만 증상이 없는 감염자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나은 사람까지 합치면 미국인의 1/3에서 1/2이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바이러스가 퍼지기는 어렵다.

좋은 뉴스는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두번 맞게 돼 있는 화이자 백신을 한번만 맞아도 92.6%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번 맞으면 95%의 효과가 있다니까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한번이나 두번이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거기다 자체 연구 결과 원래 영하 섭씨 70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화이저 백신이 영하 15도 이하에서도 2주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냉장고로도 가능한 수치여서 의료 시설이 열악한 시골 병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머지 않아 존슨&존슨 백신까지 사용 승인이 나면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던 백신 접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악천후로 기존 백신 공급이 지연되고 있고 남아공과 영국 발 변종의 전파 위험도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에 비하면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크게 호전됐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장기 금리의 꾸준한 상승이다. 작년 0.5%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연방 국채의 수익률은 최근 1.5%를 바라 보고 있다. 올해 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수요가 폭발하며 물가와 임금 등이 오를 것을 투자가들이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소매 판매고는 전문가 예상치를 넘는 5.3% 증가했고 실업 수당 신청 건수는 올 들어 꾸준히 줄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 은행은 올 경제 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 경제는 20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자라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이 수치가 6.8%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 미국 경제가 괜찮았다며 지금의 경기 침체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생긴 것이니만큼 이것이 풀릴 경우 그 회복 속도는 과거 통상적인 경기 침체 때와는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들은 현재 1조 달러의 비축 자금을 쌓아놓고 있는데다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추진하고 있어 이것이 통과된다면 경기 과열 우려까지 있다. 코로나 문제만 해결되면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돈 쓰는 것으로 풀겠다는 ‘보복 소비’를 꿈꾸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얘기다.

그렇게 될 경우 코로나 난국을 견디며 살아남은 비즈니스는 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많은 경쟁자들이 사라진데다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필요한 경비 절감에다 최신 테크놀로지 도입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놨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겪었던 고통을 보상받을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물론 아직 몇달 동안의 힘든 시간이 남아 있고 그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1년 전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한 이래 처음으로 합리적인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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