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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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 여정(旅程)

2021-02-22 (월) 이선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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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푸른 날 날개 편 곳,
이방(異邦)의 도시 맨하탄
사람들은,
죽음까지 불사(不辭)하는
전쟁터라 불렀었지
두 뿔 세워 달려온 길
아득하고 멀고 먼데
간밤 꿈이었듯 선명하게 잡혀 진다
사시사철 북풍한설(北風寒雪)
몰아 쳤어도
예까지 오기위한 귀하디 귀한 길목,
가늘어진 어깨위에 가벼워진 생의 무게
타향의 낯설음도 편안해 지니
내 살다 못 다 한 일 가슴에 이네
받은 만큼 갚지 못한 사랑이 있어
꽁꽁 닫고 열지 못한 자물통 있어
어스름 해 지기 전 내 할 일 추스르네,
다홍 빛 노을 고와 창가에 서니
내 유년의 고향이 프르르 날아든다.

<이선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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