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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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 “구름이 눈에 들어온 날”

2021-02-19 (금) 이재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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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 일찍부터. 누워서 바라보다 일어났다. 사진을 찍었다. 구름은 자꾸 변해 가는데 계속 눈에 들어온다. 아침은 이렇게 갔다.

오후가 되어 어둡기 전에 걷자 하고 밖으로 나갔다. 걷고 있는데 또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시인 도연명이 생각났고 그의 ‘귀거래사’도. 왜 그의 시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구름은 하늘 높이가 아니라 땅으로 내려와 집 뒤에 있는 구름 산처럼, 구름 담처럼, 빙 둘러 쳐 있듯이 내려와 있다. 커다란 산들, 높은 담처럼. 여러 밀도를 가지고, 어두운 회색, 옅은 회색의 레이어들. 나는 이렇게 낮은 구름들은 많이 못 봤다. 동네 풍경이 구름을 배경으로 두르니 자연스럽고 아름답고도 포근하니 좋았다. 그래서 귀거래사가 생각났나?


그리고 걸어내려 오는데, 교회 건물에 붙어 있는 검고도 흰 Black Lives Matter 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교회 건물 윗부분에 붙여져 선명하게 보인다. 그것은 좋은 느낌을 준다.

맞은 편에 있는 작은 커 , Klekolo. 아프리카 이름일까? 항상 지나가며 궁금했는데, 오늘은 밖이 조용해 안을 들여다본다. 창가에 한 흑인이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책과 커피 컵이 테이블 위에 있다.

주인일까? 손님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저런 작은 Cafe를 갖고서 글도 쓰고 하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면서, 그런데, 그의 모습이 왜 그리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옆 모습과 등쪽이 보였을 뿐인데. 잠깐 보고 걸어내려 오는 데도 자꾸 그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앉아서, 혼자, 열심히, 열중해 무언가 하는 모습이, 나에게 아름답게 비쳐 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흑인 남자였다. 허름한 옷에, 자세히는 못 보았어도, 나이는 어느 정도 있어 보였다. 젊은이는 아니었다.

다시 걸어 Main Street 큰 시멘트벽에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흑백 판화 얼굴이 붙어있다. 슬픈 듯한 멍하게 있는 얼굴. 그러자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려웠던 한 해가 보이고, 그런데, 그 어려움 속에도, 고통 속에서도, 숨어있는 작은 아름다움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아름다움은 많이 있겠구나!

오늘은 구름의 날인가? 특별한 구름의 날. 구름이 이렇게 특별히 아름다워 보인 날이니. 아까 본 집과 나무 뒤의 구름, 병풍처럼 둘러 쳐진 구름은 몇 첩의 그림 이었으니까. 세상 속에는 항상 유와 무가 동시에 있다는 노자의 유무상생이란 말도 떠오른다.
도연명의 시는 아직까지도 나에겐 효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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