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밸런타인스 데이, 플로리다 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교에서 퇴학당한 19세 남학생이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숨졌다. 이 사건은 1999년 컬럼바인고교 참사 이후 발생한 약 300건의 학교 총격사고 중 하나로, 지난 20여년간 미국에서 숨진 학생과 교사는 최소 150명, 다친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
지난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3년 전 일어난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개혁’을 선언했다. 총기구매자 신원조회를 의무화하고, 공격용 총기 및 고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이다. 그러나 ‘총의 나라’ 미국에서 총기규제는 역대 어느 행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최대 난제의 하나라는 점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58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친 2017년 라스베가스 총기사건, 49명이 사망한 2016년 올랜도 나이트클럽 사건, 25명이 사망한 2017년 텍사스 엘파소 교회 총격, 23명이 죽은 2019년 텍사스 월마트 사건…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 운동이 일어났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총기소유를 허용하는 수정헌법 2조와 500만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전국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이다.
그러나 총기규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지난 1년 동안 총기판매가 미전역에서 급증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작년 한 해 처리한 총기구매 신청 조회건수가 3,960만 건 이상이다. 시카고의 한 총기상은 작년 3월 이후 매출이 10배로 늘었는데, 최근에는 작년보다도 10배 더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의회폭동과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1월에만 미국에서 200만정의 총기 판매가 있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총기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과 인종차별 시위 및 폭동, 대선 부정선거 논란, 의회 폭동 등에 따른 두려움과 불확실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총이 많아지면 총격사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전국 대도시에서 살인 등 강력 총기범죄가 급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기문제가 나올 때마다 규제를 찬성하는 여론은 압도적이다. 국민은 원하는데 NRA가 무서워서 무산되는 부조리는 이제 사라져야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규제 강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