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와 인종차별 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쩍 증가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는 차별적 언사와 제스처, 욕설을 넘어서 폭행까지 동반하고 있어 심지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올 들어 주류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만 보아도 그 심각성이 느껴진다. 지난달 북가주에서 80대 태국계 노인이 산책길에 묻지마 폭행을 당한 뒤 숨졌고, 바로 사흘 뒤 북가주 차이나타운에서는 90대 아시안 남성이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또 며칠 전 뉴욕의 지하철에서 필리핀계 남성이 흉기에 얼굴을 다쳤고, 아시안 여성들을 노린 무차별 폭행사건도 연달아 발생했다.
아시아태평양정책기획위원회가 작년 3월 개설한 아시안 차별 및 증오범죄 신고 사이트에는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47개주에서 2,800여건의 피해 사례들이 쏟아졌다. 뉴욕 아시아계 변호사협회가 최근 펴낸 보고서도 작년 10월까지 뉴욕 경찰에 신고된 아시안 혐오범죄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배나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은 이전에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최근 그 사례가 급증하고 심각한 사례들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의 책임을 중국, 나아가 아시아계 전체로 돌리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비드-19를 중국 바이러스 또는 ‘쿵 플루’라고 지칭하며 편견과 증오를 부추겨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새 행정부를 시작하면서 아시아계를 향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퇴치하자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가주와 뉴욕의 사법당국이 이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를 출범한 것도 사태의 해결에 한 걸음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내 아시안 인구는 전체의 5.6%, 약 2,000만명(2019년 통계)에 달한다. 그리고 대부분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 숫자가 적지 않다. 이제는 부당한 편견과 차별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절대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반드시 알리고 신고함으로써 목소리를 내야겠다. 개인은 물론 커뮤니티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는 한편 타 아시안 커뮤니티와도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주류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