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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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2021-02-18 (목) 이은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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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이상기온
눈발 내리기 시작하더니
눈보라 백색소음 몰고 와
길을 지우고
길을 막았다

쌓인 눈 얼어붙어
계엄령 내리자
발걸음 끊기고 문들은
굳게 닫혔다
웃음은 하얀 동굴 속에서
통로를 찾지 못하고
길게 세워진 토끼 귀
국경 넘나들며 쏘다닌다
일년내내 눈보라
숨 고름 없이 휘몰아 친다
거대한 공, 눈 속에 갇혀
구를 줄 모르고
비둘기 날개짓
흔적조차 지워져
회색빛 빈 하늘 시리다

긴 겨울이 춥다
추워서 겨울이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까치발 딛고 봄을 기다리며

<이은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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