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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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항해, 그리고 도전

2021-02-13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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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있을 때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그것은 배의 존재 이유가 아니다.” 미국의 교육자 존 A. 세드의 말이다.

승객이 탄 배가 안전하려면 파도치는 거친 바다가 아니라 방파제로 둘러싸인 항구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배의 존재 이유는 항구에 머무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승객을 싣고 부지런히 바다를 오고 갈 때 배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안전하자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힘들어도 무언가를 계속 하며 앞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의 삶은 생생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고 수많은 생명이 바람 앞에 촛불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런 전대미문의 상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살아남기 위해 모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변화와 무질서, 혼돈을 이겨내기 힘들어 불안과 초조, 공포심에 좌불안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는 정신적 파국이다.

물품은 재생되거나 환불, 반품도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재생이나, 환불, 반품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하다. 이 귀중한 삶을 잘 영위해 나가려면 스스로를 어두운 상황으로 몰고 가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기 암시에 의한 자기 지배’란 책을 쓴 프랑스의 심리치료사 에밀 쿠에는 짧은 자기 암시의 문장을 만들어 자신에게 힘을 주었다고 한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마음의 나침판을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고정시키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자신을 변화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마음에 안정을 못 찾고 혼란을 겪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가정불화를 겪는 부부가 전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무기력증, 대인기피증, 우울증까지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어느 산악대원이 등산하다 크레바스(빙하에 생긴 깊은 균열)에 빠졌다. 두 명 중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살아남았다. 특수부대 출신의 생존자에게는 숨진 동료의 식량이 있었고 통신장비도 있었다. 이 정도면 최소 이틀 동안만 버티면 구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과 7시간 만에 목숨을 잃었다.

구조대가 발견했을 때 그의 팔뚝에는 죽은 동료의 아이젠이 감겨있었다. 빙벽에는 두 팔과 두 발로 어지럽게 찍은 아이젠 자국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찍으면서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생존자는 ‘당장 올라가지 못하면 죽는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어둠속에 발버둥 치다가 기력을 잃은 것이다. 그때 대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공포가 무서운 건 일보 진전을 막기 때문이 아니다. 살 수 있는 현재 조건과 위치까지 갉아먹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 사람은 현실과 진실을 달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바다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얼음 파도가 밀려온다는 현실을 알지만 파도를 정면으로 대하면 죽는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태국의 유명한 불교명상가 아잔 간하 스님은 자기 수행과 관련해 “마음은 붙잡아지지 않으니 몸을 먼저 단련하라. 마음은 절로 따라온다. 이를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체득되게 하라.”고 했다. 이런 지혜로 살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자신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은 어떤 이유로든 멈출 수 없고 멈추면 모든 것이 정지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난관이 있어도 강한 정신으로 지금의 고비를 이겨나간다면 머지않아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은 끝없는 항해, 그리고 도전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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