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강이다. 유량이 가장 많다. 이 강에서 이름을 따온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말 그대로 유통을 강물처럼 흐르게 했다. 세계의 유통산업은 아마 아마존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아마존은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클릭 몇 번으로 해결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책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뭐든 파는 온라인 만물상(the everything store)이 됐다. 아마존이 전자 상거래의 첫 주자가 아니고, 업계의 경쟁은 늘 치열했으나 유통업계의 블루 오션은 아마존에 의해 열리고 있다.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는 뉴멕시코 주의 10대 고교생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이 곧 헤어지는 바람에 베이조스라는 성은 쿠바계 이민인 계부의 것이다. 양부의 성을 따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그도 생물학적인 아버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성장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애리조나에서 자전거 가게를 했다는 그의 생부는 아마존 CEO가 그의 아들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베이조스가 유명해진 다음 전해진 이야기다.
프린스턴에서 컴퓨터와 전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뉴욕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94년 시애틀에서 아마존을 창업한다. 갓 서른 살. 18년 전 애플처럼 차고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책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컴퓨터에서 벨 소리가 울리도록 했다. 이 장치는 한 달 뒤 묵음 처리된다. 주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의 위기를 넘기면서 종합 전자 샤핑몰로 변신한 아마존은 유통업의 새 지평을 개척한다.
베이조스가 창업을 준비할 때 냅킨 종이에 그려 보인 사업 구상은 간단했다. 저비용 구조로 저가를 유지하면 고객이 밀려오고, 이 트래픽을 셀러와 연결시켜 주면 기업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에 밀려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맘 & 팝 스토어는 물론 일상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지던 친숙한 이름의 대형 소매체인들도 잇달아 간판을 내리거나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아마존에 당하다’는 뜻의 Amazoned는 신조어로 사전에 올랐다. 아마존의 잔혹사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자본주의의 성지 미국에서 ‘골목상권 보호’라는 말은 듣기 어렵다. 팬데믹 때문에 문을 닫은 소매업소가 1만 1,000여개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반면, 아마존의 주가는 그새 또 2배가 뛰었다.
아마존은 창업 27년 만에 자산 1조7,000억달러, 지난해 4분기 매출만 1,256억달러에 순익 72억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팬데믹 기간에 충원된 43만명을 더하면 종업원은 130여만 명에 이른다. 지난 2일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퇴진을 발표했다. 7월부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마존에 관한 또 다른 뉴스 하나가 떴다.
아마존이 6,170만달러의 팁을 배달 기사들에게 되돌려 주기로 합의했다는 연방무역위원회, FTC 발표였다. 아마존은 한 동안 배달원이 받은 팁을 회사에 입금시켜 임금의 일부로 지급해 왔다. 배달 한 건에 30달러를 줬다면 회사가 18달러를 내고, 나머지 12달러는 팁으로 채워준 사례 등이 발각됐다.
아마존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일부 물류직 직원은 임금만으로 생활이 안돼 푸드 스탬프 등에 의존했다. 근로자가 노동 가능한 시간을 모두 팔아도 살 수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연방 의회에서는 지난 2018년 ‘500인 이상 대기업의 노동자가 공공부조를 받으면 그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이를 환수한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일명 ‘스탑 베이조스 법안’으로 불렸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세계 15개 국의 아마존 종업원들이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연대 파업에 나섰다. 시위는 베이조스의 베벌리힐스 집 앞에서도 벌어졌다. 팬데믹 기간에 아마존은 또 한 차례 도약했으나 종업원 2만여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어느 한 면만 가지고 기업과 기업인을 평가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인생은 공과 과가 함께 간다. 유통과 물류가 근간인 아마존은 단순 노동 직종이 많다. 하지만 이런 업체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선도기업이라면 곤란하다.
아마존은 지금도 중고 서적과 CD를 팔고, 식품업체인 홀 푸드를 인수하면서 빅 4 테크 업체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아날로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생활 속의 테크는 아마존이 어디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집안 일하는 로봇, 도심을 누빌 드론 배달, 무인 식품점 등등. 마케팅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열어나갈 새로운 인공지능의 세계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 아마존은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상품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험중이다. 그 제품이 필요가 없다면 배송료 없이 반품하면 된다. 선 배달 후 반품, 소비자의 사정이 얼마나 속속들이 들켜야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인가. 뛰어봐야 아마존 강변을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면 너무 편해서 덜컥 두렵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