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 대해 첫 관심을 보인 것은 고대 그리스 인들이다. 이들은 호박(amber)을 천으로 문지르면 주위의 작은 물건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1600년 영국의 윌리엄 길버트는 이런 힘을 일으키는 물건에 ‘일렉트리카’(electric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스 말로 ‘호박’을 뜻하는 ‘일렉트론’이 어원이다.
전기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세기 들어 마이클 패러데이 때부터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전기에 관한 책을 읽고 당대의 석학 험프리 데이비의 강의를 후원자의 도움으로 들으며 독학을 하다 데이비의 눈에 들어 그의 조수가 된다.
그 때부터 그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 전기가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전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며 전자기가 결국 같은 현상임을 밝혀낸다. 그는 이를 기초로 최초의 전기 모터와 발전기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후대 사람들이 그에게 ‘전기의 아버지’란 별명을 붙여준 것은 매우 적절하다.
패러데이의 업적을 단단한 수학적 토대 위에 올려놓은 것은 역시 영국인인 제임스 맥스웰이다. 패러데이와는 대조적으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에딘버러와 캠브리지 대에서 고급 교육을 받은 그는 전기와 자기, 빛이 모두 결국 같은 현상임을 밝혀내고 이를 ‘맥스웰 공식’으로 풀어냈다. 그에게는 ‘전기 공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재에 뉴턴과 패러데이와 함께 맥스웰 사진을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은 “당신은 뉴턴의 어깨 위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렇지 않다. 나는 맥스웰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정정한 일화가 남아 있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이 이뤄놓은 업적을 바탕으로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가주가 오는 2035년까지 내연 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GM도 최근 역시 2035년까지 내연 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내 최대 주인 가주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이 내연 기관 자동차 폐기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내연 기관의 시대는 저물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수단은 전기 자동차가 될 것이란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전기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881년 구스타브 트루베가 파리 엑스포에 선 보인 것이 전기차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는데 내연 기관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 1876년이니까 거의 동시에 나온 셈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전기차의 인기가 내연 기관차보다 높았다. 만들기도 쉽고 단가도 낮았을 뿐더러 성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1897년에는 뉴욕과 런던에 전기차 택시가 등장했고 20세기 초 3만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석유의 대량 생산으로 휘발유의 단가가 내려가고 ‘발동 모터’의 발명으로 운전이 쉬워지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공장 생산 체제를 갖춘 포드의 모델 T가 쏟아져 나오면서 내연 기관차가 자동차의 주류를 이루고 전기 자동차는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위험이 널리 인식되면서 다시 판도는 바뀌고 있다.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와 각종 공해 물질을 내뿜는 내연 기관차 대신 무공해 전기차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주식은 연일 치솟고 있으며 이와 함께 창립자 일론 머스크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재산 1,800억 달러)가 됐다.
아직 전기차는 전 세계 자동차의 0.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만간 사정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기차의 유지비는 내연 기관차보다 낮다. 배터리의 성능이 개선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수년내 전기차 단가는 내연 기관차보다 오히려 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대량 보급의 최대 장애로 꼽히는 충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견해다. 주유소가 코너마다 있는 것도 대다수 소비자가 내연 기관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인 것처럼 전기차 소비자가 늘면 충전소도 늘고 충전소가 늘면 다시 전기차 구매가 느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내 온실 개스의 17%는 자동차 배기구에서 나온다. 이들이 사라질 경우 온난화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패러데이 탄생 230주년, 맥스웰 탄생 190년이 되는 해다.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자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일조하고 있는 전기의 실용화를 가능케 한 이들의 업적을 기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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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