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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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팬데믹의 최대 피해자

2021-0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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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워싱턴주 브레머튼에서 16세 소녀가 동갑의 다른 소녀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일주일 전인 23일에는 루이지애나주 레이크 찰스의 월마트 매장 안에서 십대소녀 4명이 15세 소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살해 장면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계까지 했다. 작년 말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교내 풋볼스타이던 16세 소년이 백주에 집 앞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리고 그의 풋볼코치는 “이 소년을 죽인 것은 코비드”라고 한탄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틴에이저와 관련된 강력범죄가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중 미국의 대도시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절도 등 경범이 감소한 반면 폭행과 살인 등 중범이 급증했다. LA시의 경우 2020년에 경범은 17% 감소했고 살인은 38% 증가했는데, 350건에 이르는 살인사건의 상당수가 갱을 포함한 10대 범죄였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과거에 비해 청소년의 칼과 총기 사용이 늘었고 폭력성과 잔인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십대는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이다. 정신과 육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심하게 반항하기도 하고 밖으로 나돌면서 일탈에 빠지기도 하는 시기가 사춘기 시절이다.


그런데 지난 한해 청소년들은 팬데믹이라는 암초를 만나 집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학교에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온종일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온라인 세상에서 살아야하니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쌓였을 것이다. 끓어오르는 혈기를 발산하지 못하는데다 학업과 진학에 대한 불안, 사이버 괴롭힘 등 소셜 미디어의 유해한 콘텐츠의 영향으로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이 증가하고, 나아가 폭력성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팬데믹 기간은 연령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다. 그러나 한참 성장하는 어린 자녀들과 청소년들에게는 사회적,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특히나 더 가혹하다. 부모와 주변 어른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틴에이저 자녀들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열린 소통을 이어가면서 행동 변화를 관찰해 고통감의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적인 도움도 구해야 한다. 이 위기를 모두 슬기롭게 극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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