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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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힘차게 시동걸다

2021-0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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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가 놀랍다. 20일 취임식 당일에만 17건의 행정명령 및 지침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열흘 동안 수많은 행정 안건을 쏟아냈다. 국경장벽건설과 무슬림입국금지의 철회에 이어 날짜별로 주제를 정해 26일 인종적 평등, 27일 기후변화, 28일 건강보험, 29일 이민개혁에 관한 행정명령의 서명을 이어가며 ‘트럼프 지우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맹폭 대상이었던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협약에 재 가입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동맹재건에 나서는 등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숨 가쁘게 뛰고 있다. 러시아,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도 통화해 협력과 조율을 다짐하고 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업무에 돌입한 예가 없다. 78세 고령의 대통령에 대해 보냈던 일각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취임선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첫 트윗은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일할 준비가 돼있다”(Ready to serve)라는 일성이었다. 그만큼 행정공백이 길었고, 현 미국이 직면한 위기의 중차대함을 반영한다.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전문성보다는 충성파로 채워졌던 트럼프 행정부의 비효율적 인사에 비해 바이든의 내각은 각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실무를 쌓은 베테런들로 꾸려졌다. 의회의 인준을 받는 즉시 업무에 돌입할 일꾼들이다. 새 대통령이 임기 초반의 동력으로 더 힘차게 일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신속한 인준이 필요하다. 아울러 2월8일 시작되는 트럼프의 탄핵재판이 ‘미국 정상화 작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간절히 호소했던 ‘통합된 미국’이다. 지난 4년의 분열과 혼돈은 너무 길었다. 2020년 한 해 동안만 해도 미국인들은 코로나 팬데믹, 경기침체, 대선 광풍, 정치적 양극화에 휘둘려 지칠 대로 지쳐있다.

너무 빠른 국정 드라이브가 혹시라도 분열의 골을 심화시키지 않을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의회를 통과하지 않은 행정명령은 그만큼 차기행정부에서 쉽게 폐기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한다. 임기 초반 6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차근차근 절차를 다지며 단합된 미국의 회복과 재건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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