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포트라이트’ 주인공 임기 중 퓰리처상만 10차례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워싱턴포스트(WP)의 비판적 기사를 맹폭하고 측근들이 전쟁을 운운할 때 이렇게 일갈했던 마티 배런(66) WP 편집장이 2월 말 물러난다.
2013년 초 편집장으로 부임해 단독기사와 고품질 기사로 독자 및 구독자 수를 크게 늘리고 WP의 사세를 키운 지 8년 만이다.
배런 편집장은 지난 26일 오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월 말 물러난다고 밝히며 “새 출발을 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WP를 필수적 매체로 만든 수백 명의 기자와 함께 일한 것은 영광이었다면서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던 직업이었다고 했다.
배런 편집장이 2013년 초 WP로 오고 나서 같은 해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WP를 인수했다. 베이조스는 배런을 유임했고 더 많은 자금 지원을 했다.
배런 편집장 입성 당시 580명이던 WP 기자는 지금 1,000명이 넘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자 수를 늘리며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데는 단독 기사와 ‘필독’ 기사로 온라인 구독자 유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배런 편집장 임기 중 WP는 퓰리처상만 10차례 받았다. 미 당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진실을 숨기고 대중을 오도했다는 2019년 말 탐사보도는 당국 내부문서 확보를 위한 3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나왔다.
배런 편집장이 대중적으로 명성을 얻은 건 2015년 영화 ‘스포트라이트’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간지 보스턴글로브가 가톨릭 사제의 성폭력 의혹과 이를 덮으려는 조직적 시도를 파헤친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데 당시 보스턴글로브 편집장이 배런이었다. 이 영화는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프레드 라이언 WP CEO는 이날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건 알았지만 감회가 줄지는 않는다”면서 “배런의 8년간의 리더십 아래에서 WP는 극적인 재기를 경험하고 새로운 저널리즘의 고지에 올라섰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편집장으로서 보도의 영역을 크게 확대했고 훌륭한 보도에 영감을 줬고 멋진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독자와 구독자 수를 늘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