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근거없는 부정선거 주장과 이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과격 지지자들의 난동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출발을 경축하며 보다 밝고 희망찬 미합중국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지난 1월6일 미 의사당에 난입하여 헌정질서를 파괴한 폭도들을 바라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캠페인 슬로건으로 내세운 ‘마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속내는 결국 ‘무가, MWGA’(Make Whites Great Again- 백인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폭도들의 대부분은 백인이었으며 그 가운데는 노예제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백인우월주의 사상은 일부 백인들의 의식 저변에 아직도 또아리를 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비뚤어진 생각에 노골적으로 어필하는 정책을 폄으로써 이른 바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였다.
백인우월주의의 뿌리를 캐다 보면 그리 멀지않은 과거에 실시되었던 노예제도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160년전인 1861년 1월,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합중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국민회의를 소집하여 미합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하였다.
뒤이어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버지니아, 아칸사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등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남부 11개주가 연방을 탈퇴하여 ‘미연합국(The Confederate States of America) 이라는 별개의 나라를 세우고 별도의 헌법과 국기를 제정하였다.
노예제도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간의 갈등은 결국 내전으로 이어져 링컨 대통령 취임 3개월 후인 1861년 4월12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톤에서 남북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첫 총성이 울렸다. 남부연합군이 북부군의 ‘썸터요새(Fort Sumter)’를 공격한 것이다. 5년간 계속된 남북전쟁에서 모두 60여만 명이 전사하였다.
북군은 남군보다 숫적으로나, 화력으로나 우세하였으나 전쟁 막판까지 고전을 면치못하였다. 1863년 5월 찬슬러스빌 전투에서 승리한 남군은 여세를 몰아 수도 워싱턴으로 진군을 개시하였다.
북군은 워싱턴으로 진격해오는 남군을 맞아 펜실베니아주 인구 2000명의 작은 마을인 ‘게티스버그’에서 배수진을 치고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두었다. 사흘간 벌어진 이 전투에서 남군과 북군 합쳐 5만여명의 전사자를 냈다. 만약 게티스버그 전투에서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남부연합군이 이겼다면 미국과 세계의 역사는 지금쯤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 전투가 끝난 지 4개월 후 링컨대통령은 게티스버그에서 전몰장병들을 추도하는 짧은 연설 말미에 민주주의의 요체를 한마디로 요약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게티스버그 승전이후 전쟁의 주도권은 북군이 장악하게 되었으며 결국 남군의 명장 리 장군은 1865년 4월9일, 북군의 그랜트 장군에게 항복함으로써 5년간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지 불과 5일만인 1865년 4월14일, 워싱턴 포드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중 메릴랜드 출신 연극배우인 ‘존 윌키스 부스’에게 암살되었다.
링컨대통령이 취임한 지 꼭 160년 만에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선조들이 피흘려 지켜 낸 만민평등사상과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계승 발전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미국, 세계가 본받는 기회와 자유의 나라 아메리카 합중국을 만들어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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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