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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화려한 출발을 자랑하지 말라

2021-01-20 (수)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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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때문에 유명한 애플의 동업자는 세 사람이다. 제2의 동업자는 탁월한 기술자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 남아있다. 웨인은 행정력이 탁월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의 주식을 배당 받았다. 하지만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태려고 보유 주식을 다 내다 팔았다. 이때 받은 돈은 2,300달러가 전부다.” (로드 와그너의 ‘Power of Two’ 중에서)

현재 애플 총 주식의 수는 9억4,000만 주다. 웨인이 가진 지분으로는 9,400만 주가 된다.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 지분은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웨인은 지금 네바다주 파럼에 살고 있다.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연금으로 최저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웨인의 출발은 화려했다. 그가 지분으로 받은 10%는 누가 보더라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웨인은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신속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절제능력에서는 실패했던 것이다.


아브라함은 유혹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아브라함의 첫 경계선 돌파는 당시 최고 첨단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기하고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모험으로 시작했다. 아브라함의 새 삶의 여정은 순적하지 않았다. 중간 경유지 하란에서 두 번째 유혹의 경계선이 그에게 다가왔다. 일신의 만족을 꿈꾼다면 굳이 먼 가나안까지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완전한 조건을 갖춘 상업 도시가 하란이다. 화려한 물질문명에 압도당한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하란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았던 아브라함은 홀연히 하란 경계선을 넘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웨인, 데라, 롯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화려한 출발에 비해 결과는 미흡했다는 점이다. 처음 품었던 목표를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년 출발선에 서서 간구한다. 아브라함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가 잘 달렸으면 한다.

<김창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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