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ana 대학 여교수 Maria씨와 함께. 나도 미국사람인지 배가 너무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 메이커인 Piaget. 그러나 내 시계는 상당히 두껍다.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실화이며, 또한 사랑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남녀 간의 그런 달캉달캉한 이야기는 기대 안하시기 바란다. 이 이야기들은 남자이기에 언제, 어디선가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그래서 이제야 남자라고 혼자서 묵묵히 걸을 수 있는, 그런 위치에 다다른 남자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오마주(Hom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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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터지게 느려 빠진 미국사람들
당신은 미국에 와서 가장 속 떠지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느려 빠진 미국 사람들을 접할 때다. 만약 한국사람들에게 백신을 맡겼다면 이미 온 국민 모두 접종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40만명 가까이 죽어 나갔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TV 방송을 보면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인데도 한 명 주사 맞추는데 3~5명의 간호사들이 주위에 어정쩡하게 둘러서서 멍 때리고 있다. 주사도 슬로우 모션으로 아주 천천히 놓는다. 왜 빨리빨리 못하는지 복장 터진다. 물론 신중함은 좋다. 그러나 현 팬데믹 상황에서 접종약을 다 소비 못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에 이민 와서 느꼈던 미국사람들의 답답한 행동들이었고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예를 들면 바쁜 세상에 마켓에서 물건 하나 구입하려고 줄 서 있다보면 미국 아줌마들이 뒤에 길게 줄 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산대 앞에서 종업원과 가족 소식 주고받으며 시간을 끈다. 두툼한 지갑에서 딸아이 사진까지 끄집어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잡담하는 모습을 보면 성질 급한 한인들은 뚜껑 뒤집어진다. 하지만 절대 뭐라 할 수도 없다. 드센 미국 아줌마들 절대 못 이기고 큰 싸움 난다. 재수 없으면 당신은 영원히 그 마켓에서 퇴출된다. 부글거리는 속을 참고 있자니 혈압만 올라간다.
#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미덕인 나라
미국에서는 시간 잡아먹는 행동들이 미덕이다. 나는 DC에 조지타운 컵케이크가 유명하다고 해서 무려 다섯 번이나 찾아갔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다섯 번 모두 긴 줄을 포기하고 중도에 돌아왔다. 코스코(Costco)나 아키아(Ikea), 하다못해 홈디포(Home Depot)까지도 새벽에 일찍 가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 가게 주인들이 절대 미국사람 종업원을 못 쓰는 이유가 있다. 첫째가 언어나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면 느려 빠진 미국사람들을 채용해서 쓰기 힘들다. 그런데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우리 2세나 3세들 느긋한 걸음걸이와 행동하는 것을 보면 참 미국화 잘하고 있다.
전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미국인들 같은 비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사실 나도 정상에서 20파운드 초과한 비만이다. 하지만 욕먹을 각오를 하고 얘기하겠다. 비만도 느려 빠진 것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소한 비만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대방이 자기관리에 소홀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내가 말하는 비만은 단순한 10~20 파운드 초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최소한 20파운드는 뺄 자신 있다. 빨리빨리가 생활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거리 걸을 때나 직장에서 일할 때 미국 사람들 잽싸고 빠른 동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이웨이에서 소비한 귀중한 시간들
당신 인생 얼마나 길 위에서 허비하고 있는가를 계산해 본적 있는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정체된 하이웨이를 또다시 경험해야 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지옥이다.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러시아워 때 속 터져 수명을 다했을까? 미국 경찰은 길에서 사고가 나면 왜 그토록 길을 차단하고 교통지옥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앰블런스는 소란스럽게 출동해서는 두 차선을 막아선다 그리고 도착한 소방차는 나머지 차선들을 다 막아버린다. 그리고는 만고강산 시간을 끈다. 다음에 도착한 토잉 트럭은 한술 더 뜬다. 속 터진다. 한참 후 한 줄 겨우 열어주면 그렇게도 기다렸던 앞줄 사람들 한결 같이 목을 길게 빼서는(Rubber Neck) 아주 유심히 사고 현장을 관찰하고 간다.
마치 본인이 보험 담당자라도 되는 듯이. 이런 경험이 많아서 속 터지는 미국사람들 앞으로 가기 위해 운전하다가 뒤에서 앰블런스 소리만 들리면 와이프는 엑셀레이터를 무지막지 하게 밟아 속도를 낸다. 사고현장으로 향하는 앰블런스 앞을 질러가야 교통체증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위험한 행동이고 그녀가 그럴 때마다 나는 속도 줄이라고 아우성친다. 그런데 운전대 잡은 아내를 남편이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 집은 그렇다.
#하바나(Havana)대학 교수님 말씀
미 대사관이 하바나에 들어서기 휠씬 전 쿠바를 방문했었다. 하바나대 여교수가 열변을 토하며 강의한 주제는 미국의 퀸타노 베이 ‘점령’이 얼마나 부당한가 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쿠바 귀퉁이에 해병대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여교수의 ‘점령’이란 표현보다는 ‘임대’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03년 체결된 조약에는 미국이 쿠바에 매년 임대료를 4,085달러만 지급하면 된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리고 꼬박 꼬박 매년 납부하고 있다.
최근 쿠바 정부는 항의 차원에서 미국이 발행한 수표를 입금 안하고 있다고 한다. 그 임대 계약조건에는 미국이 영원히(perpetual) 그 장소를 임대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 동의 없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 어느 계약이든 ‘영원히’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말은 참으로 무시무시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뜬금없는 미국과 쿠바와의 임대계약을 논하는 이유는 이렇듯 미국사람들이 여유와 끈기로 무장된 국민이라는 점을 한인들이 이해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와이프처럼 앰블런스에 절대 지지 않기 위해 폭주하면 안 되는 나라다.
#세계에서 제일 얇은 시계-피아제(Piaget)
Bailey Banks and Biddle Jewelry Store라는 이름의 고급 보석상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라델피아에서 1832년에 시작된 이 보석상은 오랜 세월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에 있었다. 10여년 전 보석상이 폐점되며 큰 세일을 해서 들렸는데 그곳에 스포티한 피아제(Piage)t가 있었다. 피아제는 세계에서 제일 얇은 시계(2mm)를 생산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남성 셔츠 칼라 두께에 지나지 않는 수동 시계의 명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야성미 넘치는 흑색에 남자다운 심플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가지고 와서 와이프에게 보여주니 마음에 든다며 내 선택을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왜 시계가 그렇게 두툼하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약간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여기 미국이잖아, 스위스에서 미국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게 두툼하고 좀 팻(Fat)하게 디자인 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와이프는 정색을 하며 대꾸했다. “아~ 그래서 자기에게 잘 어울리는 구나!” 난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Ain’t that a shame.”
<다음에 계속>
(jahn81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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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