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세상이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야기된 재앙적 지형변화만을 생각해왔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이 큰 동물의 사회를 골수까지 바꾸어놓을 줄은 몰랐다. 피부의 촉감으로 나누는 따뜻한 체온과 숨소리 그리고 가슴과 가슴이 닿으면서 느껴지는 그 정감이 거세되었다.
인간적 접촉이 디지털화 되고 인간 활동의 중심이 물리적 공간이 아닌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외로워져 간다. 물건을 사든, 전화를 하든, 처음 대하는 것은 녹음된 음성 아니면 인공지능이다. 하루에 접촉하는 것이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다.
우리의 인성은 어디에 있는가? 내 안의 인성이 소리친다. 그 인성이라는 것을 만질 수 있다면 가슴에 꼭 안고 도망갈까봐 놓지 않겠다. 사람과 같이 울고, 웃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이런 것이 그립다. 그 인간성 속에 나를 푹 담가놓고 싶다.
집콕 생활을 하면서 없던 습관을 하나 만들었다. 아침에 깨었어도 침대에 한참 누워서 뭉개는 것이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하는가?”를 읽고 하루에 8시간은 자보려는 노력의 일부이다. 수면과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 매슈 워커는 ‘잠이 보약중의 보약’이라는 말을 평생을 바친 연구와 실험으로 증명해준다.
우리 인생의 25-30%를 차지하는 잠을 우리는 무시해왔다. 거의 모든 성공담에서 잠을 안 자고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했다는 것이 그 중심이다. 우리 사회는 잠을 무시하고 잠을 빼앗는 사회로 치달아왔다.
“잠은 건강을 돕는 무수한 혜택을 제공하며 24시간 되풀이되면서 당신을 회복시키는 처방전이다.
그러니 그 처방전을 받아라.”라고 역설한다. 8시간의 잠시간을 지킴으로 면역성, 기억력, 호르몬 조절, 창의성, 판단력 등의 무수한 혜택을 설명하고 잠이야말로 우리의 신체적 기능을 최고의 ‘깨어있음’ 상태로 만들 수 있음을 내게 납득시켜주었다.
잠이 신체적 ‘깨어 있음’의 조건인 것처럼 독서는 우리 정신의 ‘깨어있음’의 조건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내가 속한 북클럽에서 미래세상을 엿보기 위하여 ‘2021 세계미래보고서,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을 읽었다.
우리는 북클럽을 통하여 책을 읽고, 질문하고, 토의하고, 독서노트를 쓰면서 일상의 순간순간 책에서 만난 천재들과 성현들의 조언을 떠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신경망을 그들의 정신세계와 더 가깝게 조율해 갈 수 있다.
우리에겐 ‘깨어 있으라’는 말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24시간 속에 안배한 하나의 행동이다. 이 실천은 건강한 신체와 함께 기회의 여신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신의 눈이다. 미래는 터미네이터처럼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고 현재로부터 비롯되는 무언가이자 어느 정도는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무언가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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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후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