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살며, 느끼며 - 두 어머니

2021-01-15 (금) 민병임 논설위원
크게 작게
미국에서 태어난 딸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117대 연방하원 개원식에서 한복을 입고 취임선서 하는 순자씨(워싱턴주 제10선거구) 모습이 담긴 nbc 뉴스다. 나는 5일자 한국일보1면 탑 사진기사로 난 한복 입은 순자씨의 똑같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보라색 고름이 달린 빨간 저고리에 보라색 치마, 빨간 마스크를 쓴 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주재로 동료의원들과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선서하는 순자씨 모습은 늠름하기 이를데없다.

1세들은 그녀의 한복 차림을 보고 자랑스러웠고 2세들은 미 의회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그녀를 보고 꿈과 희망을 새로이 다졌을 것이다.
메릴린 스트릭랜드(58·한국명 순자) 는 트위터에 “ 한복은 내가 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영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썼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그녀는 워싱턴 타코마 시의원과 시장을 거쳐 미국의 첫 한국계여성 하원의원 3명 중 한명으로 ‘이것이 미국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한 미군이던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와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 씨 사이에서 1962년 태어나 한살 때 미국으로 왔다,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고 인종차별에 시달린 어머니는 딸에게 당부했다.

“옳은 것을 위해 싸우고 봉사하고 약자를 위하라. ”던 어머니, 그녀는 힘들 때마다 학업 증진을 독려하던 어머니의 인내와 강인함을 생각한다고 한다. 부모의 당부대로 흙수저들에게 교육과 기회를 넓히는 일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또 한 명의 어머니는 민주당 라파엘 워녹(51) 상원의원의 어머니다. 지난 5일 조지아주의 연방상원의원 2명을 선출하는 결선투표에서 승리, 당선소감으로 “다른 누군가의 (밭에서) 목화를 따던 82세 된 손이 며칠 전 투표소로 가서 그의 막내아들을 미국의 상원의원으로 뽑았다”며 “이것이 미국이다”고 말했다.

조지아주가 배출한 첫 흑인 상원의원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어머니는 십대시절 여름이면 담뱃잎과 목화를 수확했다고 한다. 아버지 조너선, 어머니 벌린, 모두 목사로 활동했는데 어머니는 여성목사를 인정하지 않는 오순절 교회에서 설교단에 올랐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종교적 영향을 받은 워녹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18일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다.)의 모교 모어하우스대에 연방정부 무상장학금을 받고 진학했고 2005년 킹 목사가 생전에 설교하며 목회 활동을 펼치던 에버니저 침례교회의 최연소 담임목사가 됐다.

지난 해 7월 타계한 흑인인권운동가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의 장례식이 이 교회에서 열리며 워녹은 추모연설을 했었다.
가난한 목사집안의 막내아들 워녹은 ‘목화를 따던 노모의 손’ 이 직접 한 표를 보태어 미국 의회로 갔다. 마약중독과 저소득층 흑인을 위한 의료보험 확대를 요구하는 등 흙수저를 위해 일해 온 그다.

이 두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뿌듯할 것인가. 선서식에 어머니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한복을 입고 참여한 딸, 아프리카 노예들이 일하던 목화밭, 목화를 따던 어머니의 거친 손이 있기에 당선소감에서 어머니의 노고를 말한 아들, 이들의 어머니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이들의 아들, 딸은 미국의 다양성을 대표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정책적으로 도와주고 사회봉사에도 힘쓸 것이다.

어머니의 존재는 절대적이고 영원하다. 위험한 흑백 논리가 지배하는 요즘의 미국, 그 어느 때보다 어머니의 마음이 필요하다. 희생, 헌신, 인내, 사랑, 자비, 평화, 고마움, 관용, 포용...,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화합하려면, 갈라진 미국이 하나가 되는데 이 마음이 필요하다, ‘이것이 미국이다’고 한 두 의원, 의회에서의 활약상이 기대된다.

<민병임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