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문제는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북미협상에서 미국이 인권문제를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계획과 관련하여 거론한 적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권문제는 핵개발과 별개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이 문제를 제기하면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진전의 가능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도의 북미대화를 통해서 미국 측은 우려대상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제기했었다. 인권남용, 미사일 수출, 테러지원, 마약 밀거래, 화폐위조, 인신매매 등 북한이 원하는 북미 관계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에도 걸림돌이 되는 사안들이다. 북한은 미사일 거래를 제외하고, 자국의 관련성을 모두 부인해왔다.
북한은 1948년 유엔 국제인권 선언이나 그 후에 조인된 인권조약의 보편타당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은 한 나라의 인권상황은 역사, 문화, 전통, 관습 등의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통치제도는 인민들이 선택한 것이며, 북한 내의 인권남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외국 또는 외국 기관이 북한 내 인권실태에 대한 문의를 해오면 이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반대한다.
북한 내의 끔찍한 인권 위반사항을 고발하는 보고서들은 해마다 무수히 발표된다. 미 국무부는 매년 북한의 인권실태 보고서를 발간하고, 유엔도 지난 14년간 북한인권 결의안을 해마다 채택해오고 있다. 그 밖에 여러 국제 민간 인권단체들도 연례 보고서를 내놓는다.
가장 큰 주목을 끈 보고서는 아마도 2014년 유엔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위반 사항들을 포괄적으로 고발하면서 북한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위반사항의 실례들은 주로 탈북자들의 체험담을 증거의 토대로 삼았다.
유엔 북한 인권 조사위원회는 북한이 ‘반인류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고, 국제범죄재판소(ICC)에 제소할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는 제소를 승인하지 않았다.
COI 보고서는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북한 정권은 국제적 홍보전을 통해서 이 보고서에서 지적된 위반사항들이 모두 허위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북한이 인권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변화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핵화문제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인권문제는 유엔 인권위원회나 국제적 인권옹호 단체들이 주관하는 인권 전문 광장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인권문제의 해결은 전쟁과 평화의 운명이 걸려있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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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