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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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 5918년 아침에

2021-01-09 (토) 김광석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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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했던 지난 한해를 뒤로 하고 새해가 밝았다. 금년, 신축년은 서기로 2021년이지만, 단기로는 4354년이며 개천 5918년이다.

개천년도에 대한 근거는 고조선 건국 1,565년 전에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건국된 신시 배달국, 여기에 배달국을 이어받아 고조선이 건국된 2333년을 합하면 기원전 3898년이 되는데 한해가 겹치므로 기원전 3897년이 되고, 여기에 서기 2021년을 합하면 5918년이 된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를 우리 중심으로 바라보지 못했지만 2021년부터는 바른 역사 바른 얼을 다시 찾고, 이를 우리의 의식과 생활 속에 자리잡으며 후대들에게도 전할 수 있어야 하겠다.

미국에 와서 후대들을 생각할 때 이들이 미국의 다국적 문화에 동화하고 보편성에 근거하여 살아가는 것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보존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이민 1세들의 선택에 있다. 타민족들의 연구사례에 의하면 이민 2세들보다는 3세에 들어서 정체성에 대한 요구가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 3세들에게 비추어진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며, 과연 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한인의 정체성을 지켜 갈 것인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한국적인 개념으로는 핏줄을 인식하는 것이고, 에릭슨의 개념으로 보면 자아인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사회적인 상호 연관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인함으로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정립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배경에는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생각과 사상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내 핏줄이 속한 집단의 생각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경우 자신의 근본에 대하여 자신감을 지니고, 자기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며, 사회적 상호 연관을 보다 합리적이며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

한편 이를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은 합리적인 보편성에서 찾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능동적인 창조력보다는 합리적인 현실적 개념으로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경향이 크다.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 때가 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근본과 혈연을 찾게 되는데, 어떤 양부모는 핏줄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주기 위해 어릴 때부터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며 창조적인 성품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분도 있다.

한민족은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홍익인간이라는 큰 사상으로 동아시아를 다스렸으며, 많은 고서들이 군자의 나라, 즉 지혜와 예의의 나라로 홍익인간의 뜻을 펼친 우리의 고대국가를 언급해왔다. 그러나 홍익인간의 뜻이 말하듯 정복시대를 맞아 정복을 반대하던 우리의 고대국가는 축소되고 통치 지역도 동아시아 전반에서 지금의 한반도로 축소되었지만 21세기의 글로벌시대에 접어들며 홍익인간의 사상이 이 세상에 다시 펼쳐지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민족의 왜곡된 역사와 사상을 교육 받아와서 우리의 본질과 사상을 스스로 부정하기까지 했지만 이제 그러한 어두움으로부터 벗어나야할 때이다. 특히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후대들 때문에도 바른 역사, 바른 생각, 그리고 바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한글과 역사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수고하셨지만 금년에는 이러한 노력들이 각 가정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시행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바르게 쓰인 역사서의 홍보판은 2021년에 본격적으로 미주에도 보급될 것이지만 한글은 각 가정에서 지금이라도 시행할 수 있고, 조기 언어교육은 아이의 지능개발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장점들이 있다.

김구선생께서 서산대사의 글귀를 인용하여 말씀하신 오언절구,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라고 하셨는데 새해를 맞아 가슴판에 새기며 바른 발걸음으로 힘차고 바른 한 해를 만들어가야겠다.

<김광석 한미헤리티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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