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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방지법’, 공개토론 하자

2021-01-08 (금)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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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거운 감자인 유승준 방지법 발표 이후, 유승준 유튜브와 김병주 의원의 동영상이 화제이다. 김 의원에 의하면 자신의 발의안은 유승준이란 이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단지 언론에서 ‘유승준 방지법’이라고 명명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법이 유승준을 겨냥하는 것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나는 김 의원에게 정식으로 공개토론을 요청하는 바이다. 나는 유승준의 변호사도 아니고 단지 홍준표 법의 위헌을 위해 7년 동안 헌법소원으로 싸우고 최근에 승소한 미국 변호사로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나누면서 글로벌 한국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내가 ‘김병주 법’은 유승준을 겨냥한 포플리즘 법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승준의 입국을 제한하기 위한 법이다. 김의원의 동영상에서도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스티브 유에게 조금의 영향을 미친다”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리고 “출입국 관리법에 병역을 기피해서 병역의무를 안 한 인원을 제한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발의안은 병역기피의 고의성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해외동포를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간주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적절한 입법의 방향은 ‘고의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유승준의 경우 입국 금지에 관한 명백하고도 확실한 법적규정 없이 18년 동안 입국금지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법과 정서의 객관적인 구별을 하지 못한 탓이다. 유승준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뒤 이젠 유승준 방지법으로 출입국 관리법 상 입국 제한을 시도하려는 ‘반박성 입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유승준이 해외동포비자를 못 받게 나이 제한을 올렸다. 현행 재외동포법에 의하면 국적변경이나 국적이탈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병역 기피와 상관없이 40세까지 재외동포비자(F-4)를 받을 수 없다. 즉, 해외인재 등용을 원천 봉쇄한 것이다. 현재 유승준은 44세이기에 F-4 비자신청 자격이 된다. 그러나 유승준 방지법은 45세로 올렸다. 이는 유승준의 입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 입국을 지연 내지는 제한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셋째, 홍준표 법의 대체 입법을 뒤로 미루고 유승준 방지법을 먼저 발의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9월30일까지 홍준표 법을 개정하라고 3개월 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국회는 급박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유승준 방지법을 우선적으로 발의한 것이다. 복수국적자의 국적 이탈과 상실을 재정립하기도 전에 유승준 방지법을 먼저 만든 것은 ‘땜질식 임시 입법’이며 앞으로 국적법 전반에 큰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법의 생명은 절차이다.” 입법의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속전속결의 김병주 법은 ‘속도위반의 포플리즘 법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국민정서’라는 단어는 국민이 쓰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법을 만든 위정자들이 잘못된 법을 정당화할 때 쓰는 용어이다. 헌법소원을 7년 동안 제기하면서 느낀 것은 일반 국민이나 해외동포들은 어렵고 복잡한 국적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국민정서가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동포에 대한 이중 잣대와 폐쇄성으로 인해 홍준표 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기까지 무려 15년이란 세월이 걸렸으니 어느 누가 감히 국적법을 다 안다고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정서를 논할 때, 유승준 사건 당시 권리와 의무 규정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법을 미처 만들지 못했던 위정자의 책임까지 물어야 하듯, 원정출산을 막겠다고 한 홍준표 법이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이중국적자로 만들어 미국 공직과 정계진출을 막게 되는 것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 또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다행히 홍준표 법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으나, 유승준을 빙자하여 또 다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고 있는 김병주 법은 분명 ‘포플리즘의 재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김병주 발의안으로 유승준을 잃는 것보다는 ‘미주동포 전체’를 잃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따라서 글로벌 선진 법치주의와 합리적인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김병주 의원에게 공개토론을 요청하는 바, 수락 여부를 기대해본다.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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