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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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결심은 ‘그린’

2021-01-05 (화)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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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환경보호단체에 가입하겠어요.”

“블랙 프라이데이에 자전거를 샀어요. 차 운전 대신 자전거타기와 걷기를 많이 할 겁니다.”

“다음번에 살 차는 전기차이지요.”


“우리 지역구 하원의원에게 편지를 쓰겠어요. 올해는 환경정책이 중요한 해니까요!”

“아이 학교의 교사들과 연대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커리큘럼을 만들 겁니다.”

“앞으론 비행기 대신 선박 여행을 고려하고 있어요.”

“개스 스토브를 친환경 전기스토브로 바꿀 생각입니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주식은 빼버리겠어요.”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과 쓰레기를 크게 줄이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패스트 패션은 이제 가라, 윤리적으로 생산된 브랜드와 중고옷가게만 찾으련다.”


“육류 식습관을 고치려고 합니다.”

“주 2회는 채식하겠어요.”

“집에서 나온 음식쓰레기는 모두 퇴비로 만들고 있답니다.”

지난 달 뉴욕타임스가 독자들에게 기후환경과 관련하여 2021년의 계획을 물었을 때 보내온 새해결심들이다. 환경보호가 거창한 일이 아니라 개인과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오는 20일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은 기후변화 대응을 차기행정부의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 가입하겠다고 공언했고,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특사로 지명한 데 이어 내각에 막강한 ‘기후팀’(climate team)을 꾸렸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그만큼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두 아는 대로 기후변화는 화석연료(천연가스, 석유, 석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개인과 상업차량 배기가스가 전체 온실가스의 28%에 이르는 주범이다.

여기에 전 세계 14억 마리(미국 약 9,500만 마리)에 달하는 소들이 뀌는 트림과 방귀도 지구온난화에 큰 몫을 보탠다. 이 소들을 한 나라로 친다면 세계에서 6번째로 큰 탄소배출국이 된다고 환경연구소 로디움 그룹은 전한다. 이 때문에 축산업계에서는 사료에 해초나 마늘을 섞어서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마늘은 인간에게도 항균효과와 항암작용이 있는 유익한 식품이지만 소가 섭취하면 메탄 발생이 상당량 줄어든다고 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더 강력하게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문제다.

또 다른 탄소배출은 식품업계에서 나온다. 농경과 목축을 위한 개간, 삼림벌채, 비료 사용, 쌀농사가 주요인으로 전체의 30%나 차지한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작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물댄 논에서 재배하는데 여기서 가축 분뇨 등 비료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가스가 발생해 지구온난화를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쌀 재배농법을 개선하거나 대체작물을 개발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는 지금의 두배로 늘어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구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연쇄적이고 악순환이다.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간다. 더운 날씨에 건조해진 땅과 숲은 산불을 부르고, 산불의 뜨거운 열과 재와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이 온통 어두운 주황빛으로 물들었던 ‘핵겨울’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상 가장 큰불 6개가 2020년에 일어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해 가주는 8월, 9월, 10월에 각각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데스밸리가 130도를 찍었고,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오리건 주도 비슷한 기록을 세웠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남미, 시베리아에서도 각각 수백만 에이커를 태운 초대형 산불이 일어났고, 시베리아 북동부의 베르호얀스크에선 6월20일 기온이 역대 최고인 섭씨 38도까지 올라갔다.

기후변화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팬데믹이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단 시간 내에 돌이킬 수도 없다. 이것은 우리가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는 문제다. 유제품과 육류 소비를 줄이면 건강에도 좋고 환경보호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일이 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적게 배출하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과도한 포장을 피하는 등 모두가 일상에서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에어컨과 히터를 조금 덜 켜고, 샤워할 때 외에는 온수를 사용하지 않고, 옷을 오래 입고, 텀블러와 손수건과 장바구니를 지참하고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기업이 할 일이 있고, 개인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당장 실천해야 우리 자녀와 후손들이 깨끗한 물과 공기와 먹거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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