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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모르는 한인업소들] 파운데이션 커피 “그저 맛있는 커피 만들었을 뿐”

2021-01-03 (일)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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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경험 없던 한인 1.5세 창업… 이젠 페어팩스 주민 사랑방 돼

[불황을 모르는 한인업소들] 파운데이션 커피 “그저 맛있는 커피 만들었을 뿐”

커피 로스팅을 담당하는 김낙중 바리스타와 김해운 대표(오른쪽).

버지니아 페어팩스 시에 최초의 커피 공방(roasters)이 탄생했다. 페어시티몰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커피’(Foundation Coffee)는 직수입한 원두를 볶아서 신선한 맛과 향이 일품인 커피를 제공한다. 스타벅스, 피츠커피 등 주변에 커피를 파는 곳은 많지만 페어팩스 시에서 직접 볶은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과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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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성공이다. 전혀 카페가 있을 장소가 아닌 쇼핑몰 뒤편에 자리한 파운데이션 커피는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조닝 변경을 담당했던 공무원들도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며 경험 없는 사업 초보자의 무모한 도전을 비웃었다.
그러나 오로지 커피 하나로 승부수를 던진 파운데이션 커피는 어느새 지역사회 명소가 됐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면서 ‘커피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김해운 대표(44)는 1990년 중학교 2학년 때 이민 와서 애난데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임스 메디슨 대학에서 IT를 전공했다. 이후 정부 컨트랙터로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오던 그는 돌연 40대 중반에 ‘사고’를 쳤다.


사업을 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를 교회에서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이태리에서 성악을 전공한 바리스타 김낙중 씨는 이미 커피 전문가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커피를 볶고 만드는 자격증도 받았다.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이 파운데이션 커피를 탄생하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작년 3월로 예정됐던 오픈이 9월이 돼서야 가능해졌다.

이러한 6개월의 기다림이 김 대표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한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외진 장소에 누가 오겠냐”며 모두가 걱정했던 만큼 “이제라도 포기하는게 어떻겠냐”며 회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에서 만난 이들은 성경구절(히브리서 11:10)에서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을 따와 지난해 9월 18일 정식 오픈했다.
3,200스퀘어피트의 창고는 모던한 분위기의 커피 공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인테리어는 카페 중앙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모두가 볼 있도록 극장식으로 설계됐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진심은 통했다. 코로나19로 답답해하던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어 오히려 손님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가 하면 “장사가 잘되길 바란다”며 응원한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 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걱정도 많고 불안했지만 카페를 열려고 했던 초심대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뿐”이라며 “맛있게 마셔주는 손님들을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도 기대 이상이라 놀랍고 만족스럽다”며 “카페 손님뿐만 아니라 커피를 주문하는 업소들도 늘어나 조만간 커피를 볶는 로스터 2호점 오픈도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케냐산 AA 원두커피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컬럼비아, 브라질 등 다양한 산지의 커피가 제공되며 파운데이션 커피에서 적절하게 배합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블렌딩 커피도 맛 볼 수 있다.

문의 (571)407-7179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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