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안에 한 소년이 오두마니 앉아 있다. 뒤에는 텐트가 처져 있다. 작은 테이블 위에는 자전거 헬멧이 보인다.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는 것 같다. 동그란 안경을 쓴 테오는 일곱살. 해먹 뒤에 보이는 텐트는 그의 집이다.
테오는 태어날 때부터 홈리스였다. RV에서 산 적도 있으나 2년 전 차가 견인당한 뒤에는 텐트 말고는 갈 곳이 없다. 사진을 찍은 곳은 공원이었으나 프리웨이 밑이 잠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는 프리웨이 소음과 뒤섞인 엄마의 노래를 들으며 잠 드는 날도 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지는 백인 홈리스 소년 테오의 이야기를 전했다. 1년간 소년의 일상을 추적한 이 다큐는 세상의 엄혹함이 일곱살짜리라고 피해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테오는 스쿠터를 타고, 연 날리기도 하면서 거리에서 자라고 있다. 가정폭력 희생자인 어머니 나오미는 감옥을 수시로 드나들던 소년의 아버지와는 현재 양육권 분쟁중이라고 한다.
엄마가 구걸을 하는 동안 테오는 근처에 앉아 엄마의 전화기로 비디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엄마가 들고 선 골판지에는 ‘노숙자 엄마와 아이, 피곤해요’라고 글과 함께 빨간 하트가 그려져 있다. 수입은 들쭉날쭉, 몇 시간을 서 있어야 15달러를 버는 날도 있다. 테오는 구걸한 돈과 음식 대신, 초콜렛 케익을 구울 수 있는 부엌과 자기 침대가 있는 집을 바라지만 지금은 물론 꿈이다.
간혹 호텔 방을 셸터로 제공받기도 하나 언제 나가야 할 지 모르는데다, 지금은 팬데믹 때문에 들어가면 오히려 갇혀 살아야 한다. 호텔이 좋은 것은 TV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테오네가 사는 버클리 시의 통계에는 셸터 밖에서 사는 노숙 어린이는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테오는 통계 밖의 아이인 셈이다.
7세 홈리스 이야기는 또 있다. 이번에는 LA의 베니스 비치가 무대인 영화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흑인 소녀의 이름은 제이다(Jada). 낮에는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인형을 팔고, 밤에는 놀이 기구의 조명이 보이는 벤치에서 잠을 잔다. 부모를 잃고 카운티 아동복지국의 보호도 받았지만 미처 보살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혼자 살고 있다.
15분짜리 저예산 단편인 이 영화는 인터넷 조회 수가 1,500만 회를 넘었다고 한다. 제작자 덕 롤랜드는 뉴욕에서 베니스 비치로 이사온 영화감독. 영화 속 주인공처럼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네 아이를 보며 상상력을 보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린이 홈리스는 적지 않다. 워싱턴 DC만 해도 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시내 곳곳의 작은 셀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한 모텔은 홈리스 셀터로 전환됐다. 하지만 카펫이 깔린 넓은 볼룸과 컴퓨터가 있는 비즈니스 센터 등은 접근 금지구역. 놀이터도 폐쇄됐다. 플레이 그라운드에 나가면 펄펄 나는 일곱 살 ‘아이언 맨’이 300 평방피트의 모텔 방 외에는 갈 곳이 없는 딱한 사정을 지역신문은 전한다.
시카고에서는 또 다른 일곱살짜리의 이야기가 전해 진다. 초등학교 2학년인 헤일리 올린스키는 올해 고무 밴드로 팔찌 8,000여 개를 만들었다. 팬데믹 초기, 개인보호장비(PPE)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사연들이 알려지자 팔찌를 만들어 병원을 돕자고 생각한 것이다. 팔찌 하나에 3달러, 좀더 공을 들인 것은 5달러에 팔았다. 200달러가 목표였다.
팔찌 이야기가 알려지지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 왔다. 시장 등 시카고 지역 정치인들, 브로드웨이 배우, 지역 프로야구단인 시카고 화이트 삭스도 고객이 됐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이 2만여 달러. 헤일리가 신생아 때 중환자실 신세를 졌던 시카고 아동병원에 모두 기부했다. 부모는 우편 배송을 도울 뿐 색색의 고무팔찌는 거의 모두 7세소녀가 때때로 4세난 동생의 도움을 받으며 만들었다.
휴스턴의 7세 라티노 소년은 팬데믹 때문에 생일 잔치를 할 수 없게 되자 이 돈으로 ‘축복 주머니’를 만들어 노숙인들에게 선물했다. 소년의 뜻을 기특하게 생각한 일부 교사들도 기부에 참여해 스낵과 마스크, 손 세정제와 로션 등이 들어간 플라스틱 백 50개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신은 소중해요, 하나님의 축복을!’이라고 쓰여진 카드가 들어간 주머니를 받은 홈리스 중에는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다고 지역 TV 방송은 전한다.
격절의 한 해 였다. 상실의 1년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만 겪은 어려움은 아니었다. 7세 아이들도 예외없이 함께 겪었다. LA의 5~11세 어린이 3만여 명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홈리스 소년 테오를 돕기 위한 구좌가 고펀드미에 개설돼 3만여 달러가 모금됐다고 한다. 사진기자 가브리엘 루리의 사이트(www.gabriellelurie.com)에 들어가면 길에서 지난 1년을 보낸 소년의 세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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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