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화이자는 12월 15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다음과 같은 전면광고를 게재하였다.
‘‘환희. 그들이 그토록 매달린 이유입니다. 긴 근무시간은 늦은 밤으로 변하고, 실패가 불가피해 보일 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론들이 부서지고, 전략들이 충돌할 때, 그리고 중압감만이 가중될 때, 그들은 몇 번이고 원래의 설계도면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COVID-19 백신개발에 헌신한 모든 과학자들이여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모든 난관을 돌파함으로써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킨 그대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당신들로 인하여 과학이 승리했습니다. 화이자’
사진이나 그래픽 없이 넓은 지면 한가운데에 몇 줄의 문구를 간결하게 배열한 이 광고는 온갖 어려움과 장애를 극복하고 역사상 최단기간 내에 COVID 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과학자들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광고문안이라기 보다는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깊은 울림을 마음 속에 일으키고 있다.
통상 10년이 걸린다는 백신 개발을 단 10개월 안에 해 냈으니 미국인들의 기동력과 저력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빨리 빨리 문화’ 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평상시 더디고 여유있게 움직이는 미국인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막상 국가적인 재난이나 전쟁이 닥치면 놀라우리만치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미국인들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 시 미국의 모든 산업시설들은 순식간에 항공기와 탱크, 무기와 탄약을 생산하는 군수물자 공장으로 전환되었으며 모병소에는 자원입대를 위한 긴 줄이 늘어섰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2차대전 승전 후 평화모드로 전환했던 각종 산업시설들은 즉각 군수물자 공장으로 변환되었고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도 미국인들은 테러와의 전쟁에 모든 힘을 합쳤다.
오랜 기간 임상실험을 통해서 철저하게 안전검증을 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백신 조기개발에 따르는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열과 앨러지 등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백신접종으로 얻는 건강상 잇점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은 당연히 권장되어야 한다. 얼마 전 최초로 백신을 접종받은 뉴욕의 흑인 여성 간호사를 필두로 의료진과 구급대원, 소방관, 경찰, 우체국 직원 등 대민봉사자들과 너싱홈, 양로원 등 노인시설, 그리고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우선 접종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도 불원간 실시될 것이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에서 개발한 백신도 접종에 들어갔다니 드디어 길고 긴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꽃피는 봄날 팬데믹이 끝났을 때 지긋 지긋한 마스크를 벗고 보고싶은 지인들을 다시 만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끌어안고 서로 웃을 그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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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