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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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가 돌아볼 불편한 진실

2020-12-22 (화)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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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든지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이념에 대해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한국이나 미국에서의 기독교계의 모습을 보면 극단적인 이념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교계가 정치권을 포함한 사회현상에 대해 상당히 편향되어있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한 목사에게서 카톡으로 보내온 메신저를 보면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내용을 보니 한국의 현 정권이 북한의 공산세력과 결탁하여 국가를 사회주의로 만들고 종교탄압을 자행하려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를 주위에 알려서 이러한 획책을 하지 않도록 정권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을 이처럼 호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당사자가 현직 목사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지만 이러한 생각을 거리낌 없이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잘 아는 목사가 한국의 한 야당 인사에 대해 얘기하면서 듣기에도 민망한 빨갱이 운운하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과거 독재를 일삼던 사람들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던 선동적인 용어를 목사라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목사는 공인으로서 기독교인의 가치를 보수하고 언행에 본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을 사상적으로 폄훼하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생각들이 수많은 목사들에게 자연스럽게 배어있으며 기독교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게 영향을 받는 신도들은 이러한 생각을 여과 없이 추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차세대 한인 지도자들에 대해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질책하는 언론 기사를 본 일이 있다. 미주에서 활동하는 교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교계 지도자들에게 생각이 있듯이 젊은 사람들에게도 생각이 있을 진데 이를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태도는 우선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이나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보여야지 획일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광적일 정도로 한 개인이나 정당을 추종하는 목사들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소위 기득권층으로 대변되는 복음주의 목사들 상당수가 민주적으로 치러진 선거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들린다.

기독교계가 이처럼 반칙을 부추긴다면 사회에 대한 또 다른 유형의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나 어떠한 사상도 하나님 안에 속한 것으로서 기독교인은 그 질서를 겸손히 따라야 하며 정치 단체나 인물에 대해 획일화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반기독교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기독교인들은 현실을 좀 더 분별력 있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독교계가 앞에서 언급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장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이 땅에서 주님의 공의를 구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2,000년 전 이 땅에 찾아와 사역하실 때 당시 유대교 교권자들이 주장했던 그들만의 진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모순이었던가를 한번쯤 돌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분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찾아오신 성탄절을 맞이하여 기독교인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진실은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나 심지어 정치 집단 또는 인물이 아니라 오직 그분의 가르침임을 기억해야하는 것이다.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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