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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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지 않고 차분하게 보내는 연말

2020-1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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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주들은 병원 중환자실 가용율이 최저로 떨어져 의료마비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전체의 사망자 수는 이미 30만명을 넘어섰고, 코로나 확진자와 입원환자 수도 팬데믹 이후 최고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보건 전문가들의 경고다.

작금의 이 사태는 3주전 추수감사절 대이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방역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여행을 자제하고 대가족 모임을 갖지 말라고 수없이 권고했지만,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인파가 비행기와 자동차 여행에 나서면서 환자 폭증은 예견돼왔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그리고 새해맞이 연휴가 이어진다. CDC는 또 다시 여행과 모임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송년 파티를 모두 취소하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집에서 연휴와 명절을 보내면서 타 지역의 가족 친지와는 줌으로 안부를 나누라는 당부다.


명절은 온 가족이 만남과 사랑을 나누는 계절이지만 올해만큼은 조심해야겠다. 특히 무증상 확진 가능성이 높은 젊은 자녀들은 절대 집으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내년 명절을 온 가족이 다 함께 보낼 수 있는 지혜로운 처신이다.

성탄절과 신년 연휴에 또 모임과 파티가 이어진다면 내년 2월까지 누적 사망자가 45만명에 이르고 미국은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백신이 승인됐고 이번 주 초부터 전국적으로 접종이 시작됐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밑은 반추하고 정리하고 결산하는 시기이다. 올해 연말은 조금 색다르고 특별하게 보내도 좋겠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속에 힘들게 지내온 한 해를 되돌아보고, 그동안 잘 버텨온 자신과 가족을 축하하고 격려하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각오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한다면 어느 해보다 뜻 깊은 연말연시가 될 수 있다.

모임과 파티가 없으니 번거롭게 수고하며 애쓰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단순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쉬면서 힘들었던 한 해와 많은 것이 달라진 환경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보내는 이어엔드로 삼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가장 조심하는 연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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