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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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 하나로

2020-12-18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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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만 해도 세계최대 트리농장인 오리건주 노블마운틴 트리 팜은 코로나로 인해 올해 매출이 상당수 하락할 것을 예견했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 이후 트리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8일자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올해 트리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폭증했다는 것. 미국을 비롯 유럽 등지에서도 올 크리스마스 최대 인기상품이 트리라고 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자택대피 행정명령, 재택근무 등으로 여행을 삼가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향기 진한 생나무에 온갖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민 집안에서 평범하고도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는 것이다. 가족이 있는 집안에 스트레스, 두려움, 불안, 슬픔을 잊는 평화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선지, 며칠 전 밤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을 하러 아파트 인근과 동네를 차로 돌아보았는데 확실히 개인 집 뜰이나 창가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작년에 비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깜깜한 밤중에 반짝이는 라이트 한 개가 뭐라고 푸근하면서도 고요하고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지.


나선 김에 집 인근 도로인 브로드웨이를 따라 아스토리아 일대를 드라이브 했다. 밤늦도록 북적거리던 거리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손님이 뚝 끓긴 지 오래, 쇼 윈도우마다 60~70 디스카운트 알림판이 붙었지만 고객이 없다보니 일찌감치 불 꺼진 가게가 많았고 불 켜진 가게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현재의 코로나 19 확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크리스마스 직후 봉쇄령을 의논 중이라는 뉴욕시 발표가 나온 상태에서 16일 ‘눈 주의보’ 발령으로 옥외영업이 일시 중단되었다 재개되었다. 내년 9월까지 허용된 뉴욕시 식당 옥외영업은 난방기는 허용되었으나 전기 히터 과부화가 잘 걸리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폭설로 인한 영업중단까지 내려졌던 것이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 출근길에 보니 옥외식당 비닐이 모두 철거되고 뼈대만 남아있었다.

앞으로 긴 겨울동안 폭설과 강풍이 올 때마다 옥외 시설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해야 한다면 그 비용이 수천, 수만 달러다. 가게 운영은 어쩌라는 건가.
식당 앞 도로를 점령하고 만들어진 비닐 옥외 식당은 낮에는 허름하기 짝이 없으나 밤에는 반짝이는 라이트 한 줄이 신비하고 예쁜 공간으로 바뀌게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위험과 추위로 인해 별반 손님이 없었다. 먹고 살고자 하는 노력이 눈물겹다.

한편, 지난 주말에는 플러싱 한인밀집 지역에서 그동안 밀렸던 샤핑을 했다. 겨울이불, 화장품, 식품들을 구매했는데 유니온 상가에서 음식을 투고하니 경품대를 주면서 동전으로 긁으라고 했다. ‘꽝’ 이 없다더니 정말로 손 세정제 두 개가 상품으로 주어졌다. 옆 가게에서 기초 화장품을 사고는 우산에, 가방도 얻었다. 커다란 가방 앞면에는 전통한복 차림의 소년과 중국 전통 복장 차림의 소녀가 새겨져 있다. 알록달록 예쁜 칼라로 된 아시안 소년소녀 가방이 타인종에게 인기가 높단다.

12월1일부터 경품 소진시 까지 열리는 유니온 스트릿 ‘굿바이 2020’ 스몰 비즈니스 경품대잔치였다. 이민 1세대가 일군 대표적인 한인상권을 살리고자 유니온 스트릿 소상인협회와 아시안아메리칸연맹 등이 함께 마련한 행사라고 한다.

앞으로 수개월은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비관론에 반해 한 애널리스트는 트리용 나무 판매량 증가가 경제 청신호라는 낙관론을 말했다. 경제가 좋을 땐 더 큰 나무와 더 많은 장식을 하고 경제가 어려우면 추가 구입을 피한다는 경제 이론이다.

내가 켜는 창가의 불빛 하나에 헐벗고 외로운 이가 위안을 얻는다면, 맨하탄 32가, 뉴저지 브로드애비뉴, 플러싱 유니온가, 노던대로 선상의 한인 가게를 찾는 것이 생계마련에 급급한 소상인들이 조금이라도 숨통 트이게 만든다면, 그렇게 하자. 작은 배려가 더 큰 불행을 잊게 만든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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