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는 이달 초에 주당 10달러씩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올해 장사가 너무 잘 됐기 때문이다. 모두 44억달러를 주주들에게 쏘게 된다. 워런 버펫의 버크셔 헤서웨이는 얼마 전 이런 코스트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한다. 발 빠르게 제약회사 주식으로 갈아 타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주중 오전에도 줄을 서는 코스트코를 보면, 상승세가 쉬 사그러들지 모르겠다.
최대 영화관 체인인 AMC는 지난 달부터 99달러에 상영관 하나를 통째 빌려주는 대여업을 시작했다. 상영되는 영화는 주라기 공원 등 옛날 영화이나 50달러를 더 내면 일부 최신작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극장 체인인 시네마크도 같은 가격에 영화관을 빌려 주고 있다. 말 그대로 궁여지책이다. 업계 2위였던 리걸 시네마는 파산신청을 했다.
팬데믹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덮친 후 식품점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간 반면, 식당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화장지가 동이 나고, 마켓 계산대 앞에 장사진을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코비드-19 이후 수 천, 수 만 가지 직종이 일일이 알기 어려운 뜻밖의 이유로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바닥을 치기도 한다. 마치 미국에 온 후 신분의 재편성이 일어나는 이민사회와 같다. 팬데믹은 새 판을 짰고, 신 질서를 만들었다.
지난 분기 실적을 보면 한인은행들의 영업 결과는 의외로 호조다. 당국의 방침에 따라 투숙률 5%인 모텔 등의 연체는 일정 기간 손실로 잡히지 않고 있다. 연체가 모두 반영돼 대손충당금을 쌓기 시작하면 수익은 눈녹듯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실적은 숫자 놀음일 뿐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크레딧 카드로 집세를 내는 사람도 늘었다. 카드로 월세를 내는 사람은 지난해 보다 70% 급증했다고 필라델피아의 연방준비은행은 전한다. 카드로 집세를 낸다는 것은 마지막 상황임을 의미한다. 가지고 있던 저축이 바닥나고, 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비싼 이자 부담을 무릅쓰고 하는 카드 페이먼트도 할 수 없게 되면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은 한 20대 배우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에 몇 번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돈이 필요하면 라스베가스의 트레이드 쇼에 모델로 뛰기도 하면서 배우의 꿈을 가꿔가고 있었다. 지난 3월이후 일거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신청했던 실업수당은 감감 무소식. 그동안은 카드 빚으로 살았다. 은행에 전화했더니 연체 벌금만 몇 차례 면제해 줬다. 16%인 카드 이자 때문에 점점 더 빚의 수렁에 빠져 들고 있다. 카드 체납금을 독촉하는 전화를 하루 5번 받기도 했다. 얼마 전에 가까스로 컴퓨터 수리점에 일을 잡았으나 넉달 분 집세가 밀려 있다. 렌트 체납자의 강제퇴거를 유예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조처는 내년 1월말로 종료돤다. 홈리스 신세만 피할 수 있다면 카드 빚은 얼마든지 더 질 생각이다.
반대로 팬데믹이 되면서 세이빙스 구좌에 돈이 쌓이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은 고급 식당이 문을 닫고, 비행기를 타도 갈 곳이 없다. 돈을 쓸 데가 없는 것이다. ‘빈곤 속의 풍요’는 의외로 많다.
집을 리모델링 하거나 늘려 이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자녀들도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더 넉넉한 공간, 더 큰 집이 필요해서다.
주택시장은 붐이다. 비쌀 수록 더 잘 팔린다. 판매량은 늘고, 중간가격도 올랐다. 100만달러 이상 주택의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2배이상 늘었다고 전미 부동산협회는 전한다. 반면 건강한 시장에서는 35~40% 정도를 차지하는 퍼스트 홈 바이어의 비율이 31%로 낮아졌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 때문에 재융자 고객까지 몰리면서 모기지 시스템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융자 승인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팬데믹은 ‘이상한 불경기’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주 600달러이던 연방정부 실직 보조금이 지난 7월로 끊기면서 많은 사람이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추가 응급 지원의 손길만 기다리고 있다. 당시 일부 저임금 직종 종사자는 수입이 잠시, 전 보다 더 많아지기도 했다. 애틀란타의 한 몬테소리 학교 운영자는 “월급보다 많이 받은 실업수당은 내 돈”이라는 주장을 폈다. 직원들에게 추가 수입분을 돌려 주지 않으면 차후 월급에서 공제하겠다고 했다. 벼룩 간을 빼 먹으려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물론 위법이다.
할리웃 배우도 남다른 재능이다. 다만 영화관이 파산하는 지금은 시장에서 사주지 않는 능력이다. 바이러스는 사회를 재편하고,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었다. 정말 작다고 깔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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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