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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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커뮤니케이션

2020-1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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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백신공포가 한국사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백신접종 시즌이 시작되고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극소수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언론들이 마치 백신과 연관이 있는 양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30만 명 내외가 사망한다. 하루에 거의 1,000명꼴이다. 독감시즌에, 특히 팬데믹으로 독감백신 무료접종이 확대된 시기에 백신을 맞은 후 이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이유들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언론들은 마치 공포를 부추기는데 혈안이 된 듯 사람들을 자극하는 보도들을 쏟아냈다.

한동안 혼란이 지속된 후 백신공포는 잠잠해졌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언론은 입을 다물었다. 지난 주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백신공포가 누그러질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한국인 1,500명이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했으나 이는 백신과 관련이 없으며 한국에서 매해 3,000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만큼 독감 백신이 주는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뉴욕타임스는 “향후 백신에 대한 위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치켜세웠다.

팬데믹이 날로 악화되면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감염 확산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과 유럽보다는 상황이 낫다. 팬데믹 초기부터 이런 격차가 나타나자 그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보도들을 요약해 보자면 통제에 성공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일관된 방역정책과 커뮤니케이션, 마스크 착용, 그리고 강력한 검진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일 창구를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방역정책들의 성공을 가능케 해주는 기본 도구가 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감염병 통제에 대단히 효과적인 ‘비의료적 개입’이라 부르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감염병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은 일관성과 통합성, 그리고 호소력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이다. 중구난방으로 메시지가 나오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들과 달리 브리티시컬럼비아는 주 보건 책임자인 보니 헨리 박사로 창구를 단일화 했다. 주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방역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헨리 박사의 입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헨리 박사가 마스트 착용을 적극 권고하면서도 이를 강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 그리고 신뢰를 자주 언급했다. 강제하기 보다는 다른 이들을 생각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브리티시컬럼비아는 캐나다 주들 가운데 가장 사망자가 적고 봉쇄에 따른 소요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감추는 것 없는 솔직하고 분명한 메시지의 전달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준 것이다.

미국이 지금의 참담한 상황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있으며 그 책임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묵살하고 무시하면서 국민들을 호도하고 통제가 가능했던 결정적 시기들을 놓친 결과이다.

미국 앞에는 혹독한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이 시기를 잘 견뎌내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참혹한 현실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새로 출범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적 사실과 전문가들의 견해에 입각한 정확하고도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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