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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신

2020-11-26 (목)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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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실내외 영업이 다시 전면 중단됐다. LA에서는 당분간 테이크 아웃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필이면 추수감사절 전날 밤부터 이 조처는 시작됐다. 밤 10시 이후 통행 금지령도 시행되고 있다. “약국 가는 길이예요” 하면 아무 일 없긴 하겠으나 통금이라니-. 스산하지 않을 수 없다.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코로나 숫자나 병원 중환자실 현황 등은 암울함을 더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일요일 오후, 한 가닥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드디어 백신 접종 소식이었다. 정부의 코비드-19 백신 개발 책임자는 12월11일께부터 미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5월이면 미국의 집단 면역이 기대된다고도 했다.

발표 대로면 백신 접종은 예상 보다 더 빨리, 더 대규모로 진행된다. 12월에 2,000만명, 이후 매달 3,0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다니 대단한 숫자 아닌가. 지금 어려워도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힘이 생긴다.


이번 코비드-19는 102년 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궤적을 긋고 있다. 1917년 말 시작된 스페인 독감이나 지난해 말 처음 보고된 코비드-19는 햇수로 3년, 3차례 대확산 했다. 스페인 독감은 자연소멸한 반면, 코비드-19는 백신에 밀려 강제 퇴거될 공산이 크다.

파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믿을 만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잇달아 백신개발 성공 소식을 전했다. 미국에서는 우선 파이자 제품이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게 된다. 방역실무의 일선인 각 카운티 보건당국은 백신이 배달되는 즉시 접종이 가능하도록 채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재료는 주로 자연에서 가져온다. 산에서 효능있는 약초를 캐 쓰는 것과 기본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 백신에는 산 대신 바다 생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중 하나는 상어 간이다. 상어 간의 기름에서 추출된 스쿠알렌이 백신 제조에 쓰이고 있다. 스쿠알렌이 포함된 상어 간유는 한인들에게는 추억의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 스쿠알렌은 항산화 작용, 면역기능 강화, 피부 미용 등에 효능이 있다. 선스크린, 보습제 등 화장품 원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상어 간유가 백신에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처음 투입된 후 계절성 독감과 돼지 독감 백신 등에 쓰이고 있다.

백신에 스쿠알렌을 넣는 것은 백신의 효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다. 인체에 주입되면 더 많은 항체를 만들고, 면역 기능을 더 오래 지속시키게 된다. 개발중인 200여 종의 코비드-19 백신 중 최소 5종 이상이 상어 간유를 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연간 거래되는 상어는 수 천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오징어, 참치, 연어 등을 잡는 과정에서 덤으로 포획되는 경우가 많지만 상어의 특정 부위만을 노린 포획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별미로 알려진 지느러미.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잘라낸 후 바다에 내던지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간유 채취를 위해 포획한 상어는 간만 적출한 뒤 고기는 바다에 던져 버린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에는 상어 간만 사고파는 조직이 있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지는 전한다. 특히 깊은 바다의 상어가 인기다. 심해어 일수록 압력을 견디기 위해 간이 크고, 간이 크면 뽑아낼 수 있는 기름양도 많기 때문이다. 스쿠알렌 1톤을 뽑아내려면 2,500~3,000마리의 상어가 희생돼야 한다.

코비드-19 백신에 사용되는 또 다른 바다 생물은 투구게(horseshoe crab). 화석으로만 발견되는 고대 생물인 삼엽충과 비슷한 개체로 4억5,000만년 전에 등장했다. 여러 차례 대멸종 시기를 거치면서 공룡 보다 더 오래 살아 남아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게라고는 하나 전갈과 거미 등 절지류에 가깝고, 미국 한국 인도 등에 폭 넓게 분포돼 있다. 태국에서는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투구게가 백신 제조에 필요한 것은 세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색 피 때문이다. 투구게 혈액 속에 있는 성분은 박테리아에 노출되면 응고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백신 제조과정에서 오염을 확인하고, 오염 물질을 검출하는 핵심소제가 된다. 미 제약업계에서는 매년 수 십만 마리의 투구게를 잡아 주사바늘로 일정 피를 뽑아낸 후 바다로 돌려 보낸다. 이 과정에서 많은 투구게가 죽어 나간다. 인간이 흡혈귀인 셈이다.

백신 접종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지구의 문제는 지구에 허락된 것을 이용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은 신묘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앞다퉈 쏟아질 엄청난 양의 코로나 백신 때문에 일부 상어 종류는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투구게는 급감 우려가 있음도 알았으면 한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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