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안전한 추수감사절
2020-11-26 (목)
오늘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다. 추수감사절은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한해에 대해 감사하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날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맞는 올 추수감사절 풍경은 예년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정담을 나눠왔던 많은 가정들은 깊은 고민들을 해야 했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이었다. 주 정부와 질병통제 등 당국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자제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실시된 조사에서 미국인들의 70%는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추수감사절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과 이동을 되도록 자제하면서 추수감사절 모임은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로 제한하는 등 안전을 신경 쓰면서 추수감사절 시즌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정확한 추세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후 확인되겠지만 아무튼 금년 추수감사절 모임의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작아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거의 모든 가정이 직계만으로 참석을 제한하거나 방계 가족 혹은 친구들을 초정했을 경우에는 방역에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들이다.
매년 추수감사절이면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시댁과 친정 가족 모임에 참석했던 한 한인주부는 올해에는 아예 시댁과 친정 부모만 집으로 초대해 조촐한 모임을 갖기로 했다. 대신 고객들과 일정 부분 대면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시댁 부모에게는 참석하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볼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 모임 참석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라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모임을 가지는 것보다 집에서 모이는 게 안전하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연방질병 통제 및 예방센터가 최근 테네시와 위스콘신의 101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대부분 무증상자)은 가정 내 구성원들의 절반 이상에게 이를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부지역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70% 정도가 집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안전할 것이라 믿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방심보다 더 근본적인 위험은 집이 지니고 있는 환기의 취약성이다. 대부분의 집들은 사무실 공간이나 식당들 같은 제대로 된 환기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런 공간에 둘러 앉아 같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비말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임을 갖기 전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 참석자들에게도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집 마당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집안 창문을 되도록 많이 열어 놓는 것이 환기에 도움이 된다. 화장실 등에 설치돼 있는 환풍기들을 틀어 놓는 것도 괜찮다. 물론 식사할 때를 제외하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칙은 다른 가족을 되도록 섞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다른 집에 초청 받았다면 최근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 노출된 적이 없는지와 체온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아니다 싶으면 참석을 피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팬데믹이라는 비상상황 속에 맞이한 추수감사절이니만큼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혹은 상대가 초대에 응하는 데 난색을 보였다는 이유로 서운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모두가 나와 상대의 안전을 생각해 내린 결정들이니 말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추수감사절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