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는 못 잡고 왜 식당을 잡아”

2020-11-24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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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심야영업 내일부터 중단에 식당들 불만, 난방기구 설치했는데 감사절·연말 특수 물거품

“코로나는 못 잡고 왜 식당을 잡아”

25일부터 3주간 야외 식사 영업 금지령이 발효되자 투고와 배달 영업만 해야 하는 한인 요식업계는 매상이 줄면서 앞날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처했다.

#올림픽길 선상에 있는 한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B모씨는 현재 직원 중 50% 해당되는 직원들에게 무급 휴직을 통보했다. 25일부터 오후 10시부터 야외 영업을 비롯한 야간 영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외 ‘캐노피 영업’으로 30% 매출을 유지해 오면서 근근이 식당 문을 열었지만 야외 영업 금지로 더 이상 버틸 여유가 없다. B씨는 “야외 영업 금지로 30% 매출도 반토막 날 게 뻔해 직원을 반으로 줄일 계획”이라며 “겨울 시즌 야외 영업을 대비해 투자를 했는데 이제는 희망이 별로 없어 식당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 한인 요식업계가 또 다시 시름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의 급증으로 LA 카운티가 25일 오후 10시부터 심야 영업과 야외 영업을 금지하는 방역 조치를 내리면서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여름 대목’을 날린 한인 요식업계는 추수감사절과 연말 특수를 기대하면서 겨울 시즌을 대비해 투자도 했지만 이번 조치로 완전히 틀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코로나는 잡지 못하면서 애꿎은 식당만 잡느냐”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23일 한인타운 내 한인 요식업계는 LA 카운티 정부의 야외 영업 3주 금지 방안에 대해 “허탈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겨울 시즌을 대비해 패티오를 수리하거나 야외 천막을 추가로 구입하고 난방 기구를 설치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한인 요식업계로서는 야외 영업 금지는 충격 그 자체였다.

윌셔길에 위치한 한인 식당 업주는 “겨울을 대비해 패티오 지붕을 설치하기 위해 1만달러 넘는 비용을 쓰고 있는데 힘이 빠진다”며 “렌트비와 직원 급여를 생각하면 버텨내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식당의 야외 영업 금지로 한인 식당 업주들은 연말 특수까지 잃어 버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임 자체를 금지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연말 야외 식사 모임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 탓이다.

웨스턴길 선상의 한인 식당 업주는 “이번 주는 물론 다음달에 예약까지도 줄줄이 해약하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그나마 기대했던 연말 특수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야간 매출 비중이 높은 술집은 걱정이 더 컸다. 윌셔길에 위치한 술집 업주는 “오후 9시는 되어야 야외 공간에 손님이 차서 영업을 했는데 투고와 배달을 하기 위해 술집 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3주간이지만 한인 요식업계에게 야외 영업 금지는 매출 유지에 큰 타격임에는 분명하다. 야외 영업으로 코로나19 이전의 30% 정도 매상을 올리던 한인 요식업계는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토막 매출이 예상되자 한인 식당 업주들은 직원 수를 줄이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는 위기 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존을 위해 버텨내려는 한인 업주들도 나타나고 있다. 식자재 주문과 재고를 다시 점검하고 투고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홍보 활동에 나서는 업주들도 있다.

윌셔와 세라노에 위치한 ‘카페 센트’의 장기철 대표는 “이번 조치로 솔직히 마음이 지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가격을 재조정하고 투고 고객에게 문자와 전화로 홍보 활동을 하면서 매출 하락을 최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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