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민성 방광과 언어

2020-11-21 (토)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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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갈수록 어릴 때의 모습이나 행동이 다시 반복됨을 느낀다. 가장 활력 있는 나이를 중심으로 어릴 적 모습과 나이 들어서의 모습이 대칭형처럼 보인다.

우리는 어릴 때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간신히 일어나기를 시도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다리하나로 간주한다면 세 다리로 일어서기를 연습하다 결국 두발로 서게 된다. 왕성하게 두발로 뛰어다니다가 나이가 들면 무릎이 아파서 지팡이를 짚고 세 다리로 걷기 시작하다가 걸음이 더 불안정해지면 워커에 의존하여 네 다리 아니면 여섯 다리로 다녀야 한다. 생각하는 폭도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아이처럼 되는 때가 많다. 기억력 감퇴와 정서 불안으로 본인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서 생각의 폭이 좁아지는 경우이다.

또 다른 인생 대칭형의 증상은 소변보는 일이라 생각된다. 어릴 때에 소변을 자주 보거나 조절을 못하는 현상이 있었지만 중년에는 별 문제를 모르고 지내다가 나이가 많아지면 다시 소변 문제가 나타난다. 소변을 자주가게 되는 병은 당뇨, 뇌에서 뇌하수체 호르몬 조절이 안 되어 소변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지만 소변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자주 가거나, 갑자기 급하게 가게 되고 (절박뇨), 소변을 참지 못해 새는 증상을 총칭하여 과민성 방광이라고 부른다.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라는 말이 방광에 해당되는 경우이다.


과민성 방광은 화장실에 너무 자주 가게 되어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잠을 설치게 되어 건강에도 나쁘고 기력을 감소시키고 만성 피로를 일으키는 등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행도 꺼리게 되고 외출이나 운동도 마음 놓고 못하여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뇌질환, 파킨슨씨병, 치매, 골반안의 질환, 방광염이나 방광 내 결석, 여성에게서는 수술이나 출산에 따른 신경손상, 자궁, 방광을 지지하고 있는 골반저근 근육의 약화, 남성의 경우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방광의 기능에 변화가 생긴 경우가 있다.

치료에 도움 되는 습관과 운동이 있다. 골반 근육을 수축시켜 소변을 참은 후 절박감이 없어지면 천천히 화장실에 가는 방광훈련, 누워서 다리를 가볍게 벌리고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질과 항문을 조이거나 이완시키는(케겔 운동) 동작을 되풀이 한다.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커피,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이고 수분의 섭취는 과도하지 않게 적당히 한다. 담배는 방광근육을 자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고 변비가 있으면 방광 압력이 증가되어 소변을 급하게 가야하는 증상이 심해지므로 변비를 예방하며 저녁 후 수분, 과일 등의 야식은 제한한다. 약물치료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소변을 모았다가 배출시키는 단순하게 생각되는 방광은 척추에서 나오는 5 가지의 다른 신경에 의해 조절을 받는다. 방광에 오줌이 많이 차면 방광 입구와 골반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은 풀어주고 방광 옆에 있는 2 개의 신경은 방광아래쪽을 이완시켜주고 위에 있는 다른 신경 하나는 방광 근육을 수축시켜주어 소변이 나오게 되어있다. 이 5개의 신경조절이 동시에 박자를 맞추어서 일어나야지 소변이 문제없이 나오는데 오줌이 나오도록 짜주는 근육은 하나이고 소변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신경은 4개라는 사실을 보며 참고 있는 것의 중요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체 뿐 만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도 속으로 오래 참고 견뎌내며 적당한 시간에 밖으로 내보는 것의 중요함을 느낀다. 그 중에서도 성숙해 갈수록 좋은 말을 때에 맞추어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긍정적이며 남에게 용기를 주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적절한 때에 음식에 소금을 살짝 넣어 맛을 내듯 하면 좋겠다. 4번은 꼭 참았다가 필요한 때에 따뜻한 말, 감사의 말을 내어 놓는다면 경우에 맞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적절치 않아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내 자신이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듣기는 오래하고 말하기는 천천히 하여 “빨리 말하고 싶어 하는 절박감”을 이겨내는 훈련을 해야겠다.

<김홍식 / 내과의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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