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부동산업체 레드핀(Redfin)이 올해 가장 주목해야하는 지역순위에서 전국 1위로 선정된 버지니아 알디의 윌로우스포드 단지. 이미 지난해 주택평균 가격이 90만 달러를 넘어섰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2,300만명의 사람들이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달라진 일상(New Normal) 가운데 하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 출퇴근의 기억도 희미해지면서 보다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 답답한 도시생활에 대한 피곤함이 더해지고 있다. 걸어서 집 근처 상점을 방문하고 화려한 도심의 밤거리를 산책하던 낭만은 외출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적막한 도시는 오히려 더욱 쓸쓸하고 우울하게 만들뿐이다. 프리랜싱 플랫폼 업워크(Upwork)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1,400~2,300만명의 사람들이 다른 도시나 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더 이상 직장에서 가까운 도시에 거주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 대부분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보다 쾌적한 환경의 넓은 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의 경우에는 팬데믹 이후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사업체인 유나이티드 밴 라인스(United Van Lines)에 따르면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년대비 32% 늘어났으며 이들 대부분이 팬데믹의 영향을 받아 개인과 가족의 건강,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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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명이 DC를 떠났다
우체국에 주소변경을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팬데믹 기간 동안 15,000여명의 사람들이 DC를 떠났다. DC와 가까운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해 보면 도심을 떠나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DC로 출퇴근 하던 한인 A씨는 거의 1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DC 인근의 비싼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이번 기회에 주택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출퇴근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현재의 렌트비만으로도 모기지를 감당할 수 있는 주택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타이슨스 코너가 직장인 한인 B씨는 출퇴근을 고려해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타운하우스에서 3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수개월째 재택근무를 하고 3명의 자녀들도 모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교수업을 받다보니 비좁은 공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출근도 하지 않는데 굳이 회사 근처에서 살기보다는 보다 넓은 주거 공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곽 지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팬데믹 이후 다시 출근해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른 가족들을 위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워싱턴 지역은 꾸준히 유입인구가 늘고 있어 외곽 지역으로 옮긴다하더라도 좀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유지해온 워싱턴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셀러스 마켓을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치열한 경쟁 가운데 마음에 드는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몇 달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다.
슈나이더팀 승경호 팀장은 “외곽지역으로 이주를 문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집을 팔고 이사 가는 사람은 20명 가운데 1명 정도였다”며 “위치나 가격 등 선뜻 결정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라우든 카운티의 애쉬번, 알디 등의 인기 있는 신규단지는 이미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1시간 이상 거리의 외곽 지역으로 나가도 그리 가격차이가 나지 않고 2008년 부동산 폭락의 경험을 상기해보면 함부로 움직이기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승 팀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일부 단지는 12년전 분양가를 겨우 회복한 정도일 뿐”이라며 “2008년과 2020년의 상황은 다르다고 하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의 분명한 목적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동산은 가장 큰 자산이다. 그렇다고 투자용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주택이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보다는 가족을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주택구입의 또 다른 목적은 바로 가족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보통 30년 이상, 평생 모기지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다른 아무 것도 누리지 못하고 살아도 집 한 채 건지기 쉽지 않다”며 “무리한 선택이 평생의 짐이 됐다”고 후회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는 시기다. 역사는 반복되고 경제도 그리 다르지 않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결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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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