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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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신화의 비결

2020-11-13 (금)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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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초토화되다시피 했지만 온라인 샤핑업체들은 전에 없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아마존 신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2017년 중부 뉴저지 에디슨에 들어선 아마존 물류창고에 들어가 보았다. 아마존 에디슨 물류창고(Fulfilment Center-LGA9)는 10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와 최첨단 자동화시설을 갖춘 초현대식 물류센터이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분류, 보관하고 포장해서 발송하는 일은 여느 물류센터와 다를 것이 없지만 아마존은 전통적인 작업방식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면 물건을 꺼내기 위하여 사람이 선반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선반이 사람에게로 다가온다. 공중전화 박스처럼 규격화된 선반 밑으로 ‘키보트’라고 불리는 정사각형의 납작한 로봇이 기어들어가서 선반을 살짝 들어 올린 다음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담당직원 앞으로 선반을 통째로 운반해오는 것이다.


직원은 제 자리에서 선반이 가까이 오면 물건을 채워 넣거나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키보트들이 주어진 공간 안에 선반을 최대한 많이 배열할 수 있도록, 또 가장 단시간 내에 작업자에게 이동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알아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공상과학영화 같은 장면이다.

모든 물건 하나하나에는 품목, 부피, 중량, 고객의 이름과 주소 등 정보를 담은 바코드가 부여되고 낱개의 물건들은 규격화된 사각형 용기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포장담당 직원에게 이동된다. 포장부 직원은 컴퓨터 모니터에서 지시하는 대로 물건에 맞는 박스의 종류를 골라 포장한 다음 작업대 바로 앞을 지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포장된 박스는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저울과 스캐너가 달린 체크포인트를 지나게 되는데 그곳에서 물건의 중량을 확인하고 컴퓨터 이미징 시스템으로 박스 내부의 모습까지 들여다본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한 박스가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기다리고 있던 로봇이 바코드를 읽어 순식간에 수취인의 주소 레이블을 인쇄한 후 분사방식으로 박스 위에 쏘아 붙인다. 주소가 표기된 박스들은 우편번호별로 자동 분류되어 여러 갈래의 컨베이어를 타고 해당 트럭 독으로 향한다. 컨베이어 벨트의 말단부는 길이를 조정할 수 있게 되어있어 트럭 화물칸 깊은 곳까지 컨베이어 벨트가 들어가 신속하고 용이하게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아마존은 자체 배송 시스템을 계속 확충해나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드론이나 로봇을 이용한 배송도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하는 것, 그래서 모든 고객의 얼굴에 아마존의 심볼 마크인 웃는 화살표가 생기도록 하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사람과 로봇이 팀워크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최적의 시스템, 이것이 아마존 신화의 비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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