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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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사나이

2020-10-31 (토) 김범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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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 드라마로 한국 TV에서도 방영된 ‘두 얼굴의 사나이’, 미국 말로는 ‘헐크(THE HULK)’가 있었다. 헐크는 감정에 어떤 자극과 변화가 일어나면 평범한 얼굴이 눈이 하얗게 변하고 몸이 비대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전의 자기 모습과는 다르게 변신한 행동을 보여 주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 자체에 호기심이 있어서 유심히 보았고, 그 사람이 어떤 별 세계의 사람인 것처럼 보았는데 지금 보니 그 헐크가 때로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람의 연약함과 한계를 반성할 수밖에 없다.

두 얼굴의 사나이의 변신을 정신의학에서는 ‘다중인격’이라고 분류했다가 얼마 전부터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 한다. 사람의 인격이 여러 개 있어 그 인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해리된 정신상태 일부가 육체를 장악하는 증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할 때가 바로 이런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보면 된다. 일상생활에서 “미치겠다” “돌겠다” “환장한다”라고 하는 말들이 다 이런 두 얼굴의 사나이를 탄생시키는 씨가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어느 누가 아니라 바로 내가 그 두 얼굴의 사나이의 주인공이 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얼굴색이 바뀌고, 호흡이 달라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행동이 과격해지는 이 모든 것이 다 두 얼굴의 사나이의 모습이다.

성경에서 사울은 이스라엘의 존경받는 왕이었지만 나라의 전쟁 영웅이었던 다윗을 볼 때마다 죽이려고 했다. 백성에게는 왕이지만 다윗에게는 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두 얼굴을 가진 사울은 전쟁에서 죽게 되고, 다윗은 사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다윗이 왕이 되었던 것은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울을 똑같이 두 얼굴을 가지고 상대한 것이 아니고 한 가지 얼굴,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의 인격, 한결같은 존경과 사랑을 가지고 평온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려운 세상에 살면서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갖지 않는 사람이 없다. 특히 낯설고, 말 설은 미국 땅에 살면서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 한 가족식구, 같이 일하는 직장, 함께 모이는 교회나 단체에서 더욱 그럴 일이 많다. 그래서 가족 간에는 이별, 직장에서는 사표, 교회나 단체에서는 분리 또는 해체라는 슬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32)

지금은 팬데믹으로 세계 전체가 고통하고 있는 때이다. 이럴 때 작은 자극에도 헐크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두 얼굴의 사나이보다는 못생겨 보여도 그 속에 아름답고 착하고 사랑을 품은 슈렉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사랑을 만들고 행복한 세상을 세워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나기를 바란다.

<김범수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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