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건희 회장이 남긴 편지

2020-10-2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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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법을 알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가기 위해 글을 접했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웅변가 이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는 사는 동안 제대로 사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평소 글을 많이 접했다고 한다. 그렇게 100세를 훨씬 넘게 살다 보니 세상을 떠날 때 죽음을 겁내지 않고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려면 글을 일상에서 많이 접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위인들이 남기고 간 행적을 본받고 살아야 훗날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영원히 살 것 같던 대한민국 최고이자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24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기 전 남긴 한 장의 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나의 편지를 읽는, 아직은 건강한 그대들에게’란 제하로 쓴 그의 편지에는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에 살면서 돈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갖고 명예도 갖고 무엇 하나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남긴 한마디는 전혀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 괴로운 일이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번 살아보세요. 돈과 권력이 있다 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 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세요.

3,000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주고 3,000만원짜리 자가용은 수표가 증명해주고 5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 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 주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바로 건강한 몸이요!

건강에 들인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말고요. 건강할 때 있는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차를 몰아줄 기사는 얼마든지 있고,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줄 사람도 역시 있을 것이요! 하지만 당신의 몸을 대신해 아파줄 사람은 결코 없을 테니….

이건희 회장은 이 편지에서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법과 진짜 중요한 것은 돈이나 고급차, 고급 옷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소크라테스의 말대로 이 회장이 간곡하게 남긴 글은 우리 모두에게 무엇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일깨우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은 누구나 자신이 관리하다 마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 돈만 모으려 하다 보면 건강을 해칠 것이고 너무 많이 쓰느라 열중해도 건강을 다칠 수 있을 것이다. 돈은 적당히 모으고 적당히 쓰다가 가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내 맘 나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내가 건강하고 옳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현자들의 삶은 내가 나를 아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다. 우리가 사는 동안 후회하지 않고 올바로 살려면 위대한 사람들이 남긴 명언이나 행적을 본받아 생활에서 실천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철학자 세네카는 “4킬로미터를 가면 돌아올 생각을 말고 죽을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돈 보다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 더 치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희 회장이 남긴 편지는 짤막하지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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