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딸 실종된 곳에서 44년 지킨 모정

2020-10-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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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도 안해… 미국 입양된 딸과 극적인 상봉

딸 실종된 곳에서 44년 지킨 모정

[연합]

딸 실종된 곳에서 44년 지킨 모정

[연합]



40여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딸이 한국에 있는 친모를 찾아 극적으로 상봉하게 됐다.

한국 경찰청은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윤상애(47)씨가 친모 이응순(78)씨와 지난 15일 극적으로 화상 상봉했다고 밝혔다.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윤상애씨는 이날 코로나19로 인해 우선 화상으로 이뤄진 상봉에서 친모 이씨와 오빠 윤상명씨, 쌍둥이 언니 윤상희씨를 스크린 너머로 만났다.

이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었다.

1976년 6월 당시 세 살이었던 상애씨는 외할머니와 함께 남대문시장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가족들은 그날 이후 상애씨를 찾기 위해 모든 걸 다 했다고, 상애씨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남대문시장을 떠나지 않고 생업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남대문시장에서 한복집을, 오빠는 복권방을 열었다.

이씨는 “널 잃어버린 곳에서 뱅뱅 돌며 장사를 했어. 지나가는 아이마다 너인가 아닌가 쳐다봤지”라며 “하루라도 널 잊은 날이 없어. 그래도 안 만나지더라”고 말했다.

상애씨는 통역을 통해 “경기도 수원의 한 병원에 버려졌다고 전해 들었다”며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쌍둥이 언니와 오빠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답했다.

가족들은 “수원까지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서울에서만 찾았다”며 “우리는 절대 널 버린 게 아니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에 따르면 상애씨는 실종 6개월 뒤인 1976년 12월 ‘문성애’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입양됐다.

그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 시민단체를 통해 2016년 국내에 입국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어머니 이씨도 딸을 찾겠다며 2017년 경찰서를 찾아 유전자를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 사람이 친자관계일 수 있다고 감정했다.

이후 코로나19로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되자 상애씨는 보스턴 총영사관을 통해 유전자를 국내로 보내왔고 최근 국립과학수사원을 통해 이씨의 친딸임이 최종 확인됐다.

상애씨는 “가족을 안아보고 다 같이 식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기쁨에 압도된다”고 밝혔다.

어머니 이씨는 “만나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겠다.

피자, 치킨, 불고기, 비빔밥…. 좋아한다면 다 해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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