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교재 ‘이것이 미국영어다’로 유명한 저술가 조화유(曺和裕) 씨[유족 제공]
영어 교재 '이것이 미국영어다'로 유명한 저술가 조화유(曺和裕) 씨가 지난 17일 오후 5시50분께 버지니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1일 전했다. 향년 83세.
1942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65∼1971년 조선일보 기자, 1971∼1973년 동양통신 기자로 일한 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웨스턴미시간대에서 한미관계사를 연구했다.
중학생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좋아했고, 1972년 토플(TOEFL) 시험 어휘·영작문 부문에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1973년 미국 이주 후 구어 표현을 알아듣지 못해 대학 구내식당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된 것을 계기로 생활영어를 파고들었다.
2015년 한국일보 미주판에 쓴 칼럼에서 "나는 교수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논문도 잘 쓰고, 보통 미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단어들도 알고 있었지만, busboy(손님이 식사를 하고 나간 후 식당 테이블에서 그릇 치우는 사람)를 '버스차장'으로 잘못 알아들었고, 식당에서 쓰는 Check, please!(계산서 갖다 줘요) Wait tables(테이블 서빙을 맡아라), Bus this table quickly!(이 테이블 그릇들 빨리 치워!) 같은 일상 생활영어는 알아듣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1975년부터 한국어 신문에 '생활영어교실'이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 한국일보 미주판에 '미국생활영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2015년 현재 "40년간 1만2천회 넘게 썼다"고 밝힐 정도로 연재를 계속했다. 1976년 미주 교포를 위해 '미국생활영어' 시리즈 전 10권을 발행했다가 1990년대에 조선일보사에서 '이것이 미국영어다'라는 제목으로 전 10권을 펴냈다. 국내에서 100만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번역 출판됐다. 평소 "영어 회화의 기본은 문법"이라며 헨리 키신저(1923∼2023) 전 미국 국무장관의 영어를 모범사례로 자주 언급했다.
소설가로도 활동했다. 1970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흉일'이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창작집 '이것이 정말 내가 쓰고 싶었던 글들이었다', 2003년 단편소설 '다대포에서 생긴 일', 2010년 창작집 '전쟁과 사랑', 단편 소설 '죄와 벌' 등을 펴냈다.
한국에 잠시 머무느라 임종을 못 한 며느리 공성혜씨는 "돌아가시기 10분 전까지도 손에 펜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 쓰려고 하셨다고 들었다. 힘이 없으셔서, 글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정말 끝까지 펜을 놓으시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배차주씨와 2남1녀(조식, 조정, 조케네스), 며느리 공성혜씨 등이 있다. 21일 현지에서 화장한 뒤 12월 중에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